배기가스로 나가는 에너지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
예전에는 그냥 가솔린 엔진이면 단순히 배기량만 따졌었는데 요즘은 카탈로그에 나오는 이름이 무척 깁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NEW SM6에도 기존의 2.0L GDI 엔진이 1.3L 터보 엔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배기량은 주는 대신에 터보가 붙었네요. BMW / 벤츠 같은 고급차량들도 520이면 배기량이 2.0리터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왜 이렇게 요즘 차량들은 터보 엔진이 대세 일가요?
엔진 배기량이 2.0L라고 부를 때의 기준은 주사기처럼 피스톤이 움직여서 한 번에 엔진 안으로 빨아들이는 용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4기 통 2.0 엔진이라면 실린더가 총 4개 있으니까 500ml 우유갑 하나 정도의 부피의 공기가 흡기 과정에서 들어가서 연료를 분사하고 폭발하고 다시 내 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운동경기도 체급이 나뉘듯이 이렇게 한 번에 빨아 들일 수 있는 공기의 양이 크면 클수록 한 번에 낼 수 있는 엔진의 힘도 늘어납니다. 대신 한 기통의 부피가 너무 커지면 주사기를 당길 때 힘이 많이 들 듯이 효율은 떨어지게 되죠. 그래서 소형 엔진은 500ml 기준 대형 엔진은 2L를 기준으로 한 기통의 크기를 정하고 더 많은 공기가 필요하면 기통 수를 늘리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유명한 2.0리터 직렬 4기통 SM5 엔진 / 3.5리터 V6 닛산 맥시마 엔진 / 4.2리터 V8 아우디 엔진들 모두 대기압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대표적인 자연 흡기 엔진입니다.
이런 자연 흡기 엔진으로 큰 힘을 내려다보면, 자연스럽게 효율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운전을 하다 보면 풀 파워가 필요한 구간은 극히 제한적인데 큰 엔진으로 이런 주행을 하려면 들어 오려는 공기를 억지로 쓰로틀로 막고 굉장히 낮은 부압 상태를 만든 다음 2리터 혹은 3리터 실린더에 주사기를 힘껏 잡아당겨 늘려야 하는데 이런 모든 과정이 다 펌핑 로스라고 헛힘 쓰는 일입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작은 자연 흡기 엔진처럼 운행해서 연비의 이점을 챙기는 대신에 진짜 힘이 필요할 때는 터보 장치를 통해 실리더로 들어가는 공기를 압축해서 본래의 배기량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다운 사이징 터보 엔진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터보 차저는 배기가스로 구동되는 엔진의 과급기를 말하는데 폭발 후 배기관을 통해 나가는 배출가스의 힘을 이용해서 밖으로부터 새롭게 들어오는 공기를 압축하는 원리로 작동됩니다.
이런 터보 엔진은 보통 1.4 ~ 1.5 정도의 압축비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1.3리터 엔진으로도 2.0리터 자연 흡기 엔진과 동일한 토크와 파워를 내면서도 연비는 10~15% 이상 개선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에 일단 배출가스로 나오고 압축하고 하는 단계에서 힘이 붙는데 터보 렉이라고 하는 딜레이가 좀 있고 정밀한 공기량 제어가 어려워 배기가스 개발이 더 힘듭니다. 경제적으로는 추가적인 부품이 들어가야 하고 흡기와 배기를 이어 주는 유로가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에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쌉니다. 그리고 배기가스 자체가 고온 고압을 다루다 보니 부품의 결함이 있을 시에는 엔진 룸 내에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디젤 같이 정밀한 공기량의 제어가 필요하지 않은 엔진에 주로 적용되었다가, 가솔린도 연소실 내에 직접 분사하는 GDI 엔진이 보편화되고, 연비에 대한 규제가 강회 되면서 다운 사이징 터보 엔진이 더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힘이 센 디젤 엔진은 대형 SUV에, LPG엔진은 자연흡기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반면 가솔린 엔진은 터보 달린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변경되고 미니 자연흡기 엔진은 모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에 적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늘 하나를 위해서라면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했었던 성능과 효율을 함께 잡을 수 있게 한 것은 기술의 발전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이제는 바뀌어야 하겠네요. 앞으로 어떤 혁신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벽을 깨고 다른 차원으로 안내할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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