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 탈출기 - 02] 멀리 보내려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스크린 골프를 치다 보면, Par4 홀이든 Par5 홀이든 일반적으로 드라이버로 200미터는 나가 주고, 우드나 하이브리드로 150 정도는 가 줘야 GIR (Green in Regualr) 2타 정도 남기고 그린에 공을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버디, 2 퍼트 하면 Par로 막을 수 있겠죠. 그런데 초보들은 드라이버 잘 쳐야 160 ~ 170이고 7번 아이언은 110 ~ 120에 우드나 롱아이언은 잘 안 맞으니 기본적으로 타수를 깎아 먹으면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구력은 짧지만 나도 잘 치고 싶다. 멀리 치고 싶다. 욕심이 앞서면 제일 먼저 스윙이 커집니다. 백스윙을 힘껏 들죠. 프로들 보면 온 몸을 꼬으면서 왼팔은 쭉 뻗은 상태로 거의 머리 위로 백스윙을 합니다. 세게 치고 싶은 마음에 힘껏 채를 들고 휘둘러 보지만 계속 슬라이스가 납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언이든 드라이버든 골프채는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특히 헤드에 무게가 있으니 힘껏 뒤로 백스윙을 하면 원래 내가 갈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갑니다. 몸은 프로 골퍼들처럼 유연하진 않은데 채는 뒤로 위로 많이 보낸다? 그러면 따라가지 못하는 몸 대신에 왼팔이 더 구부러지고, 손목이 더 꺾입니다.
백스윙을 마치고 공을 치러 나올 때 이렇게 오버 백스윙한 부분이 다 제자리로 오고 다 같이 시작하면 좋은데 어디 그렇게 되나요. 마음은 이미 저 앞에 하얀 공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몸은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고 손목 코킹은 늦게 풀리고 채는 뒤에서 따라오고 왼팔은 굽은 상태로 내려옵니다.
왼팔이 굽어 있으니 공까지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고 벌써 돌아간 몸은 자연스럽게 공을 맞추려고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밀어내면서 아웃 인 괘도에 헤드가 손보다 뒤에서 늦게 옵니다. 과도하게 꺾였던 손목은 다시 제자리로 못 돌아와서 열려 있는 상태로 임팩트. 슬라이스가 생기는 세 가지 요소가 한 번에 나타나니 골프공은 정말 UFO처럼 오른쪽으로 휘어져 나갑니다. 그리고 세게 치려 하면 할수록 백스윙 자체도 더 빨라지니까 이런 현상이 더 많이 나오면서 더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휘어져 나가게 됩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의 시작은 몸의 유연성을 무시한 과도한 백스윙 때문입니다. 자칫 백스윙으로 헤드업까지 하게 되면 공은 더 멀어지고 궤적은 더 아웃으로 빠지게 됩니다. 그러니 프로 같은 유연성이 없고 아직 스윙의 궤적에 일관성이 없는 초보라면 백스윙을 간결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먼저 어드레스를 잡습니다. 그리고 척추 각이 유지되는 정도까지 뒤로 몸을 돌려 봅니다. 그 상태에서 왼팔을 자연스럽게 쭉 뻗습니다. 그리고 채를 잡고 오른손으로 뒤로 넘어가려는 채를 명확히 잡아 줍니다. 거기까지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백스윙 지점입니다. 거의 반만 백스윙했다고 여길 정도만 해도 영상을 찍어보면 연습 스윙에서도 채 끝이 머리 뒤를 쉽게 넘어가고 실제 공을 치는 영상을 찍어보면 엄청 넘어갑니다.
이런 오버 백스윙을 막아 주려면 일단 백스윙 자체를 천천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관성으로 최고점에서 넘어가는 것 없이 원하는 위치에서 멈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백스윙의 방향도 최대한 들지 말고 낮게 뒤로 천천히 뺍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헤드면을 따라서 몸도 자연스럽게 돌려줍니다. 그러다가 더 허리가 안 돌아가면 더 돌리려고 그러지 말고 왼손을 쭉 뻗어서 갈 수 있는 정도까지만 자연스럽게 뒤로 빼 줍니다. 그리고 채 끝이 처지지 않도록 오른손은 적절히 버텨 줍니다. 그렇게 하나 둘 천천히 백스윙하고 자연스럽게 멈추고 셋 하면서 스윙을 시작하는 겁니다.
가장 좋은 예가 되는 선수가 박인비 선수입니다. 다른 기예에 가까운 트위스트와 엄청난 백스윙을 보여주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박인비 선수는 정말 몸도 돌릴 수 있는 만큼만 돌리고 팔도 너무 무리해서 힘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낼 거리 다 보내고 세계 대회 우승하고 금메달도 땁니다. 거리에 대한 욕심만 줄이면 더 정확한 컨택에 도움이 되고 그래서 오히려 더 멀리 칠 수 있습니다.
“신야구”라는 아케이드 오락실 게임 기억하시나요? 그 게임에서 대타로 쓸 수 있는 마타자들의 경우에는 엉뚱한 타구를 줄이기 위해서 스윙 버튼을 살짝 눌러서 반 스윙 대기 상태로 있다가 치는 Tip이 있었습니다. 쳤다 하면 슬라이스가 나고 심심하면 탑핑나서 답답한 초보님들. 간결한 백스윙으로 일단 공을 제대로 맞추는 것부터 해 봅시다. 천천히 라도 따박따박 앞으로 나아 가야 게임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