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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체는 열리지 않아도 골반은 돌아야지

[백돌이 탈출기 - 04] 머리와 어깨와 코어와 골발을 어떻게 따로..

by 이정원

진짜 오랜만에 대학교 기숙사에서 같이 지내던 형들과 만나서 스크린 골프를 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연습도 별로 안 하고 레슨도 안 받던 시기인데 제가 치는 걸 딱 보더니 체육교육과 출신에 형이 딱 그러시더군요. “우리 정원이는 아직 골반이 안 풀렸구나. 팔로만 휘두르니 멀리 가기 힘들겠다.”


골프에서 하수와 고수를 나누는 기준 중에 하나가 무게 중심 이동을 통한 골반 이동을 할 줄 아냐 여부입니다. 이 회전을 잘해야 같은 스윙에도 더 힘이 실려서 거리가 많이 나갈 수 있다고들 하죠. 거리가 짧아서 늘 불만인 하수들은 그래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골반 회전을 해보기는 하는데 오히려 중심축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지난번에 머리 들지 말라는 프로님 지적이 있은 이후로 자세는 안정되지만 몸의 회전은 좀 더 소극적이게 되더군요.


유튜브 몽구스 티비 참조


그런 소극적인 몸의 움직임이 확실히 어프로치나 짧은 아이언을 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는데, 채가 긴 하이브리드나 드라이버로 오니까 문제가 생겼습니다. 팔도 피고, 백스윙도 간결하게 하고 손에 힘을 풀어서 공이 맞는 순간까지는 잘 오는데 그리고는 팔이 그냥 몸 왼쪽으로 짧게 돌아와 버리는 겁니다. IN to IN 이 이상적인 스윙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공을 똑바로 보내려면 공을 치러 들어오고 치고 나서 나가는 궤적이 길게 직선인 것이 바람직할 텐데, 몸이 다 안 도니까 치고 난 이후에는 그냥 궤적이 짧게 안쪽으로 꺾여 버렸습니다.


이러니 조금만 늦게 맞으면 슬라이스 구질이 나고, 너무 앞에서 맞으면 왼쪽으로 훅 구질이 나는 와이파이 방향성을 보이게 되더군요. 점심 식사 후 쉬는 시간에 휴게실에서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구력이 꽤 되시는 선배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골반을 회전시켜 주는 거랑 어깨를 포함한 상체가 열리는 동작이 꼭 같을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상체는 잡아줘도 골반은 열어 줘야 헤드가 더 앞으로 나가게 던질 수 있게 됩니다.


생각해 보니 언더스로 투수가 공을 던질 때도 일단 허리는 돌아가야 하더군요. 그래야 몸통이 던지고자 하는 정면을 보면서 오른손의 궤적이 앞으로 더 쭉 뻗을 수 있으니까요. 제 팔로우 스윙이 아크가 작게 나와 답답하고 시원하게 앞으로 뻗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 있었습니다.


유튜브 배재희 프로 참조


유튜브에 찾아보니 비슷한 느낌을 살리는 연습 동작이 있더군요. 왼팔은 채에 기대 잡고 오른팔을 백스윙처럼 뒤로 뺏다가 손바닥이 앞으로 둔 상태로 왼쪽 겨드랑이 사이로 최대한 높이 보내는 겁니다. 그러면 하체는 손 따라서 돌고, 왼쪽 어깨는 채를 잡아서 닫힌 상태에서 오른쪽 팔은 앞으로 나가면서 왼쪽 갈비뼈와 옆구리가 쭉 늘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동작을 여러 번 하고 비슷한 느낌으로 팔과 하체를 보낸다고 하면 될 것 같은데… 어깨와 허리와 하체와 팔, 이 네 개의 신체를 각기 따로 움직여야 하는 이게 쉽지 않더군요. 특히 골반을 돌리면 어깨가 따라 돌아가 열리는 느낌이 더 들었습니다.

일단은 왼쪽 엉덩이 뒷주머니에서 가볍게 잡아당긴다는 마음으로 백스윙 제일 탑 포지션에서 조금 먼저 보내주는 느낌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아 근데 이게 참 쉽지 않네요. 회전에 신경 안 쓰면 앞뒤로 흔들거리고 머리가 움직여서 정타가 안되고.. 거리 조금 늘리려다 정확도마저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그래도 확실히 하체가 먼저 돌면 채를 더 앞으로 던질 수 있는 공간이 나와서 방향성도 좋아질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연습장도 잘 못 가는 요즘 지하 주차장에서 빈 스윙으로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이렇게 반복 반복하다 보면 그래도 나아지겠죠?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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