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도 님의 일잘러를 위한 101 이메일 가이드를 읽고
지난 휴가 기간 중에 찾은 도서관에서 눈에 띄어 읽은 "일잘러를 위한 101 이메일 가이드"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루에 대부분의 업무를 이메일로 진행하는 현대인들에게 제일 필요한 글 쓰기가 바로 이메일일 겁니다. 잘 쓴 이메일은 간결하고 명확하고 한눈에 하고자 하는 바가 들어옵니다.
슬로워크라는 스타트업의 CEO인 저자는 이메일을 기록이 가능한 설득의 매체이자 첫인상을 규정짓는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 가능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본인이 연상되는 아이디로 전문성이 보이는 이메일 주소를 만들고.
- 제목은 간결히 정하고,
- 하나의 메일엔 하나의 주제만 담도록 하고
- 수신인과 참조인을 명확히 구분하고
- 내용엔 전달할 내용과 요구하는 행동 그리고 그 시한을 명확히 하고
- 서명이나 스타일은 본문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범위로 정하라는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Tip들을 예제와 같이 잘 정리해 주었습니다.
특히 받는 사람의 수고를 덜어 주는 노력을 통해서 상대에게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설득을 하는 과정이라는 접근 과정이 좋았습니다. 제 동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덧붙여서 이메일과 현업 사이에 경계에 대해서 저만의 노하우도 더해 봅니다. 2014년 즈음 처음으로 자동차 엔진과 트랜스 미션에 들어가는 Controller의 SW 개발 부서를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기계 쟁이인 제가 생전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 관련 업무인 데다가 처음으로 아웃소싱까지 포함해서 25명 정도 되는 인원을 챙겨야 하는 섹션장 위치를 맡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개발하는 엔진과 미션을 사용하는 모든 르노의 공장들과도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제가 연결되어 있던 그물망이 20~30명에서 200명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고받는 메일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하루에 200 통도 넘게 왔던 거 같습니다. 저한테 직접 보낸 메일도 있고 아니면 저희 팀원들에게 요청하면서 참조로 보낸 메일도 있었죠. 더군다나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일단 이해하려면 꺼내서 읽고 이전에 있었던 이력까지 보니 하루 업무 시간 8시간에 야근을 더해도 메일 보고 대처하는데 하루를 다 보낸 것 같습니다. 저도 약 50통 정도는 메일 회신했던 거 같고요.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2018년부터 중국에 파견돼서 조금은 고립된 프로젝트를 중국에서 하다 보니 메일 수가 일단 100개 미만으로 줄긴 했습니다. 그런데도 습관적으로 아웃룩만 계속 바라보게 되더군요. 누가 요청하면 답변하고 다시 회신 오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하루 시간은 잘 가는데 정작 꼭 해야 하는 일은 계속 지연됩니다. 실제로 만나서 풀면 될 일들이 아웃룩에서 채팅처럼 연이은 전체 회신들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원칙을 세워 개선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1. 메일은 되도록 계속 보지 않고 시간을 정해서 봅니다. 보통 8시 반에 업무를 시작하면 아침에 오자마자 아웃룩을 켜고 밤새 온 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아침에 와서도 메일을 일일이 보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보는 시간을 따로 정하고 그때 봅니다. 저는 9시에 대충 / 11시에 1차 / 2시-대충 / 5시에 2차 이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2. 메일을 보내기 전에 직접 가서 이야기할 수 있으면 그냥 가서 합니다. 어쨌든 메일은 쓰고 보내고 내려받고 열고 보고 확인하고 회신하고 다시 받는 이런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소통 방식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어떤 입장이고 어떤 계획이 있는지 회신 오기 전엔 모르죠. 그리고 글이란 것이 참 차갑습니다. 보통은 뭐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그걸 따라잡는 무언가를 요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왠지 따지는 것 같고 질책하는 것 같고 명령하는 것 같아서 오해하기 쉽습니다. 가서 직접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습니다.
3. 마지막으로 오늘 진짜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다면 그날은 메일도 열지 말고 그 일부터 합니다. 어쨌든 메일은 남에게서 오는 '남이 시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내 일의 우선순위는 '내가 정해야죠!' 우리가 습관이 그렇게 들어서 그렇지 실제 느껴지는 것보다 메일로 오는 문제는 그리 급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진짜 급하면 전화를 하겠죠 아니면 메신저나 직접 찾아와서 요청할 겁니다. 그러니 진짜 나한테 중요하고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아웃룩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그래도 이메일 없었으면 이런 코로나 시대에 3 어떻게 이 수많은 업무들을 이어져서 일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자료를 공유하고 약속을 정하고 commitment를 확인하고 안부를 나누는 기술이 가져다준 장점은 챙기되, 기술의 노예는 되지 않으려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이 메일도 도구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