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공부방 - 1월 첫 주제 자신감은 높은데 자존감은 낮은 사람
두 자식을 다 서울로 떠나보내고 아버지만 바라보고 사시는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옷차림을 못 마땅해하셨습니다. 교장 선생님이면 좀 점잖게 멋지게 빼 입고 다니시면 얼마나 좋겠냐며 늘 안타까워하셨죠. 그래서 본인은 싼 옷 입으셔도 아버지 양복은 늘 닥스에서 사셨고 집에 가면 늘 반듯하게 다려져 있던 와이셔츠가 옷장에 있었던 기억에 납니다.
그때 어머니의 자존감은 아버지, 그것도 교육감도 하시고 교장 선생님도 하셨던 듬직한 아버지이셨는데 이제 은퇴하시고 파킨슨 병과 싸우고 계신 모습을 곁에서 보기 많이 힘드셨는가 봅니다. 손을 조금이라도 떠는 모습을 보면 너무 속상해서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하시는 모습이 저희도 안타까워 그러지 마시라고 만류해도 소용이 없어 답답하곤 했었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인데.. 자식이든 남편이든 돈이든 지위든. 나를 벗어난 모든 것에 내 존재의 이유를 맡기면 스스로 소외되기 마련이겠죠. 그래서 새해 첫 꼭지는 조금은 자식으로서는 건방지게 "자존심은 강한데 자존감은 낮은 사람"으로 정했습니다.
2주 뒤에 시간 차를 두고 온 글에는 두 분의 여전하신 부분과 변화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문"이었습니다.
나의 자존감
나의 존재는 부모님이 계셨고, 그 또한 선조님의 은덕을 입고 현재의 내가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시골 산촌에서 태어났지만 뿌리만은 벽진 이가 34세 손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옛날에 아버지께서는 5대조 일하정 할아버지(화서 이항로 선생)의 DNA가 잠복되어 있다고 매번 강조하시며 자주 강요하셨습니다. 일하정 할아버지의 문집도 내시고 묘소에 행적비도 세우시고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도 주셔서 오늘의 내가 있게끔 해 주셨습니다.
나 또한 오늘의 너희들이 있음으로 가문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대를 이어서 사랑스러운 두 공주 (수인, 수현)들은 더욱더 업그레이드된 자랑스러운 가문의 자존심을 빛내 줄 것을 기대하며, 항상 지켜보며 기원하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19일 이선숙님
어머니의 글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가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자존심은 강한데 자존감은 낮은 사람
24절기 소한이 지났지만 아직도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았지만, 사회적 동물로 태어났습니다. 자라면서 부모님의 생활환경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느끼며 주위 환경 조건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격이라는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 다른 이들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므로 남에게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게는 매몰차게 반응하는 게 보편적입니다.
내 자신의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내가 느끼는 나와 남이 느끼는 내(변필효)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자존감도 낮고 자존심도 낮다고 생각하며 지내 왔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는 칠순을 앞두고 내 자신을 돌아볼 나이가 되었습니다. 서로 이해해 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 많이 듣고 보고 기억하며,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
2021년 1월 13일 변필효 님
무엇이든 좋습니다. 두 분이 각자 또 같이 의지하고 기대는 가치를 찾으시고 그걸로 남은 시간들을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자식들을 아끼고 사랑하셨던 마음의 반만이라도 스스로를 사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쓰기가 그런 노력에 작은 시작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