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도 운전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운전을 하는 방법은 보통 “국제 면허증”을 한국에서 발급받아서 이용하곤 합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총 137개국에서 한국 운전 면허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권, 국제 면허증, 한국 운전 면허증이 있으면 인정을 받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중국은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 운전면허를 새로 발급받아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 중국에 들어갈 때는 한국 사람은 운전이 불가능한 줄 알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먼저 파견 오신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쉽다고 하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생각보다 과정은 간단했습니다.
일단 제 여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중국에 확실한 주소가 있다는 거류증이 나와야 합니다. 보통 비자를 받고 와서 거류증을 받는데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니, 이 기간 동안은 운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까 주숙동기 즉 숙소가 확실히 정해지면 바로 진행이 가능하다고도 하네요. 파견의 경우에는 집 주소가 확정된 이후 해야 해서 그랬나 봅니다.)
그리고 한국 운전 면허증에 대해 중국어로 번역하고 공증한 서류가 필요합니다. 제 경우에는 운전 면허증을 주고 회사 인사팀에서 관련한 처리를 해 주었지만, 웹서핑을 해 보면 관련 공증 업무를 대행해 주는 업체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요청하시면 관련한 서류를 작성해 줄 겁니다.
필요한 서류가 준비되면 면허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한국 면허증을 베이스로 운전 실력 자체에 대한 기능 시험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적성 검사처럼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고 교통 법규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중국 법규에 대한 컴퓨터 시험을 치루어야 합니다.
신체검사는 지정 병원에서 해야 하는 데 저는 우한 경찰청 내 적성 검사실에서 했습니다. 서류를 접수하고 키 / 색맹 / 시력 / 청력 등 기본 인지 능력을 확인하는데 100위안 정도 요금을 냈던 것 같습니다. 다 마치고 나면 합격증을 줍니다. 그리고 그걸 경찰청에 접수하면 컴퓨터 시험을 볼 수 있는 접수증을 줍니다.
컴퓨터 시험은 경찰청이 아니라 장비가 있는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보통 시험은 일주일에 3번 정도 진행되는데 2018년에 우한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시험은 한 달에 한 번 매달 첫 번째 목요일에만 치러졌습니다. 일본어 / 영어 / 프랑스어 / 한국어 등 자국어로 볼 수 있습니다. 45분간 100문제를 풀어서 9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면허 필기시험처럼 상식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한 반 정도 되면 나머지는 좀 헛갈립니다. OX 퀴즈가 40 문제이고 4지 선다가 60문제인데, 교통경찰 수신호, 규칙을 어겼을 때 벌점 및 벌금, 교통 기호 중 특별히 약속된 기호 (가령 빨간 줄 하나가 50m를 나타내서 3줄이면 150m를 의미한다) 같은 내용들은 미리 공부를 하고 가야 합니다.
저는 기존에 선배님들이 가지고 계신 족보 파일을 넣고 한 주 정도 열심히 공부하고 갔었는데, 사실 족보보다 시험 바로 당일 아침에 안전넷이라고 하는 예비 테스트 사이트에서 무료 체험 한번 해 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컴퓨터가 정말 구형이었는데 35분 즈음되는 시점에 갑자기 시스템 전체가 나가 버렸습니다. 중국 직원이 와서 이래 저래 다시 시작하더니 다행히 서버에 기록이 남아 있던지 저보고는 “넌 그냥 나가도 되겠다”라고 오케이 사인을 보이더군요. 이래도 되나 했는데 출구에 가니까 91점짜리 성적표와 함께 합격증을 줬고 그 서류를 다시 경찰청으로 가서 제출하니까 그날로 바로 발급이 됐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인사에서 나온 중국 직원이 통역해 주고 도와줘서 (필기시험 빼고) 가능한 일이었어요. 다른 기자님 체험기를 보니까 며칠씩 걸리는 일이었는데 저는 하루 만에 마쳤습니다. 대신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여러 번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했어야 했었고, 같이 시험 본 분들 중에는 떨어져서 한 달 뒤에 다시 보신 분도 있습니다. 중국어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되도록 현지 직원이나 에이전시를 통해 지원을 받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족보를 못 구하셨다면 안전넷으로 미리 공부도 하고 응시하시길 바랍니다.
기념으로 가져오면 좋을 텐데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못 돌아가면서 제 첫 중국 운전면허는 중국에 묻어 두고 왔네요. 그래도 면허 따고 난 후로는 주중에 회사 가고 낮에 아이들 통학하는 건 기사님이 도와주셨지만, 저녁과 주말에는 제가 운전하면서 좀 더 이동 중에도 우리 가족끼리 다니는 맛이 있었습니다. 첫 도전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니 도전해 보시길.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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