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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an 28. 2021

중국 사람들은 언제 새 차를 사나요?

[카QA센터-47-중국] 중국 사람들은 언제 새 차를 사나요?


제가 처음 자동차를 샀던 (실제로는 받았던) 시점은 대학교 졸업할 때였습니다. 기숙사에서 같이 지내던 선배님이 본인이 몰던 스쿠프 MT 버전을 넘기시면서 자가용을 처음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배형의 중고차로 세피아를 이어받고, 결혼하면서 새 차로 SM3를 처음 샀던 기억이 납니다.


이수차 - 두 번째 차 중고차란 뜻입니다.


월급이 한국 대비해서 아직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대부분의 중국 서민들에게 새 차를 사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상해나 북경 같이 연봉도 많이 받는 대도시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제가 있던 우한만 해도 제 주변의 젊은 친구들은 인생 첫 차를 중고차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는 정말 언제 출시되었는지 이력을 알아보기 힘든 오래된 차들도 눈에 띕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크고 번쩍번쩍하는 새 차도 많이 보입니다. 대체 그 월급 모아서 어떻게 저런 차를 사는 걸까 하고 물어보았더니 제 지인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중국도 한국과 같이 결혼할 때는 집은 남자 쪽이 장만하고 여자 쪽에서 혼수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이 보통 1억에서 2억 정도 하니까 남자 쪽 부모가 본인이 살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큰 양보를 한 남자 쪽 입장에서는 상대에게도 비슷한 지출을 하길 기대하는 거죠.


혼수 문제는 어디든 참 심각하네요.


그래서 월급은 월 200만 원이 되지 않는 형편이더라도 3천만 원 / 4천만 원짜리 수입 신차를 구매하는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폭스바겐이나 도요타 같은 중고가 브랜드가 중국에서 사랑받는 데는 이 “결혼 특수”가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부동산이 출렁이면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납니다. 중국 정부는 생활환경 개선 정책이라며, 이미 농사를 짓기에는 나이가 많이 든 도시 주변 시골 주민들의 토지를 국가가 회수하고 대신 땅 크기에 비례해서 핵심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를 배당합니다. 그리고 그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쉽게 말해 “시골 땅 팔아서 부동산으로 큰돈 번 시골 사람들”이 대거 도시로 유입됩니다.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평생 만져 본 적이 없는 큰돈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꿀리는 마음을 크고 멋있는 차로 커버하려 합니다. 그래서 벤츠, BMW, 테슬라 같은 고급 차량의 수요가 부동산 인플레와 맞물려서 급증했습니다. 대신에 결혼하면서 남자가 집을 사고, 여자는 차를 사던 젊은 부부들은 이제는 집값이 올라 둘이 돈을 모아야 집을 겨우 살 수 있거나, 차 살 돈 있으면 대출받아서 집을 하나 더 사려 하더군요.



제가 같이 공부하고 했던 중국 친구분도 이미 본인 집이 있고, 아들을 줄 다른 집을 대출을 받아서 사더니. 올 초에 동펑 회사에서 (자동차 회사지만 그룹처럼 이런저런 사업도 합니다) 우한 변두리 지역에 새로운 아파트를 초염가로 판다고 해서 덜컥 계약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인은 돈이 없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이런 상황이니 중 저가형 차를 살 수요층이 없습니다. 중국 내 제조업을 받쳐 주었던 내수 경제가 부동산 버블을 만나서 흔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나 르노 같은 미들 레인지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차이나 오토 뉴스 참조


코로나 사태로 한동안 움츠려 든 지금은 어떨까요? 아마도 브랜드 별로 부익부 빈익빈이 더 가속화되었겠죠? 세상 어디든 삶에서 제일 비싼 소비재인 집과 그다음 비싼 소비재인 차는 늘 같이 붙어 다니는 모습입니다. 전통적인 관습들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중국은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가 갈 길도 계속 거울처럼 비춰 보게 됩니다.


카QA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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