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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하나 둘 춤추듯 리듬을 타 봅시다.

[백돌이 탈출기-06] 힘들이지 않고 결과를 만드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by 이정원

저는 회사에 입사하고 사회인 야구를 띄엄띄엄 이긴 했지만 10여 년 했었습니다. 제 키가 181에 몸무게도 78이니 덩치는 꽤 큰 편인데 사실 던지는 공도 치는 타구도 그리 멀리 가는 장타자는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멀대같이 허우대만 좋은 경우죠. 저보다 키도 작고 근육도 그리 많지 않은 친구들이 저보다 더 빠르고 멀리 보내는 걸 보면 안타까워서 더 힘껏 쳐 보는데 오히려 그러면 더 안 나가더군요. 그때는 왜 그런지 모르고 어릴 때부터 운동하지 않은 몸 탓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골프를 배우면서 멈추어 있는 공에 힘을 싣는 여러 과정들을 가까운 분들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이유를 알겠더군요. 한마디로 저는 요령이 없었던 겁니다. 제가 몸에 힘을 많이 준다고 해서 공에 그 힘이 모두 전달되는 건 아니니까요. 공에 전달되는 임팩트가 핵심인데 이 임팩트를 개선하는 과정은 야구의 투수가 투구하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투수가 던지는 동작을 유심히 보신 적이 있나요?. 와인드 업을 하고 몸을 활처럼 폈다가 왼발을 힘차게 내딛고, 그 발을 중심으로 허리를 회전시키고 상체를 앞으로 밀고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마디까지 모든 회전을 공에 집중시켜 공을 때려야 140 ~ 150km의 강한 공을 뿌릴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회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몸에 힘은 빼야 하고 대신 회전의 축이 되는 코어는 중심을 딱 잡고 있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일단 몸이 엄청 뻣뻣합니다. 그런 유연함도 없는데 다가 테니스나 다른 운동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으로 없다 보니 몸을 제대로 회전시키는 요령도 없었어요. 그러니 맨날 힘을 주어 팔로 어깨로만 던지니 공이 비리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더군요. 저보다 키도 작고 힘도 모자라 보이는 동료도 저보다 먼 거리를 쉽게 보냈습니다. 거기다 야구보다 더 어려운 것이 거리도 중요하지만 방향도 똑바로 보내야 하니까요. 스크린 골프에서 라운드를 하면 한껏 졸아서 움츠리다 보니 몸의 회전은 덜 쓰게 되고 그러면서 제대로 된 스윙을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하체 회전이 잘 안되니까 허리가 돌아가는 각도도 제한되고, 팔을 아무리 뻗어도 큰 아크를 그리는 멋진 스윙을 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늘 공친 영상을 보면 몸의 중심이 치고 난 이후에도 오른발에 남아 있으면서 피니시 동작에서 오른발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모습이 계속 보였습니다.

그러던 1월의 어느 날, 다시 실내 연습장이 열리고 연습하다가 문득 옆 타석에 다른 분이 치시는 걸 봤는데 너무 리드미컬하게 잘 치시는 겁니다. 유심히 보니까 백스윙할 때 왼발 뒤꿈치를 살짝 들면서 회전을 갔다가 꾹 밟으면서 임팩트를 만드시더군요. 집에 돌아와서 한번 따라 해 보니 이게 말이 되더라고요.


팔을 뒤로 보내는 백스윙을 하면 몸 전체는 공을 보내는 지점을 12시라고 했을 때 3시에서 7시 방향으로 돕니다. 팔이 따라가니까 자연히 몸의 중심도 오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머리 위에서 봤을 때 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하는 셈이니 양 발을 기준으로 보면 어드레스에서 평평하게 위치했던 무게가 백스윙하면 오른발로 쏠리고 왼발은 발 앞쪽에서 버티게 됩니다. 그러니 왼발 뒤꿈치가 들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피니시를 하고 나서 채를 왼쪽 귀 쪽으로 넘기면 자연스럽게 몸은 일어나면서 오른발은 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일단 이런 내딛는 동작을 하면 확실히 무게 중심이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됩니다. 왼발에 중심이 잡히니까 왼발을 축으로 하체 회전도 자연스럽게 되고 그러니까 거리가 모든 클럽에서 10% 정도 늘었습니다. 상체 특히 팔에 힘을 빼도 돼도 스윙이 자연스럽게 되니까 공을 많이 쳐도 훨씬 덜 피곤하더군요. 백스윙도 과하게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이게 요령이었던 겁니다.


무엇보다도 드라이버가 200 언저리가 나가고 180 이하는 유틸과 아이언으로 커버가 되니 어찌 됐건 정규 타수 내에 그린 주변까지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은 과정은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채워지는 숏게임이고 이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롱 게임에서 일정한 흐름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타수를 많이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실외 스크린에서 상대적으로 비거리가 많이 난 첫 경우를 제외하고 동일한 스크린골프장에서 성적도 거리도 확실히 늘었습니다


연습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집에서 짧은 클럽 잡고 9시 3시로 하프 스윙하면서 마치 춤을 추듯이 백스윙할 때 왼발 뒤꿈치 살짝 들고 임팩트할 때 들었던 뒤꿈치 디디고 팔로우할 때 오른발 자연스럽게 넘기는 동작을 반복하는 겁니다. 마치 춤을 추듯 리듬을 타는 거죠. 하나 둘. 하나 둘. 왼쪽 무릎을 얼마나 굽혀야 하고 허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엉덩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고민 말고 그냥 익숙한 동작에 익숙한 리듬을 몸에 익히고 경기에서도 그대로 치는 게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마치 춤을 추듯이 리듬에 몸을 맡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골프가 괴로운 고행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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