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 탈출기 - 07] 퍼팅을 계산하지 말고 감으로 칩시다
실내 스크린이 새로 열린 날에 동료 분들하고 스크린 골프를 갔습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이나 스윙들은 그래도 인도어 연습장도 가고 집에서 연습도 하고 해서 전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정규 타수 내에 온 그린 해내는 비율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첫 홀에 버디 해서 기분 좋게 시작했는데.. 이런.. 연습을 못한 퍼팅은 완전 감을 잃어버렸습니다.
2번 홀 파 3에서 호기롭게 아이언으로 바로 온 그린을 하기는 했는데 핀까지 거리가 많이 남았습니다. 15미터 정도 거리를 쳐야 하는데 한 달 전에 쳤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때까지는 저는 백스윙 크기로 거리를 조절했었습니다. 위의 그림대로 오른발 안쪽까지는 5m, 바깥쪽까지는 10m 그리고 그 이후로는.. 사실 감이 없이 대충 잡고 쳤었습니다.
그러니 오랜만에 하는 스크린 골프에서 15미터 친다고 퍼팅한 공이 너무 깁니다. 내리막을 타고 반대쪽으로 굴러가더니 그린 에지까지 가더군요. 11미터 남기고 잔뜩 졸아서 한 오르막 퍼팅은 어림도 없이 짧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4미터 퍼트도 짧아서 4 퍼팅으로 1 온 했는데 더블 보기로 홀 아웃하고 났더니 멘탈이 나갔습니다. 전반만 4 퍼트 3번이나 하고, 18홀 도는 동안 퍼팅만 43개를 치고 났더니 타수가 줄어들 리가 없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스윙 연습한 게 무슨 소용인가 싶더 군요.
그때 저랑 같이 게임하던 후배는 33개인가 쳤는데 거리감이 꽤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거리를 잡느냐고 하니까 딱 한마디 하더군요.
“팀장님. 그거 그냥 감이에요. 머리로 계산하시려고 하면 더 혼란스러우실 거예요.”
처음에 그 소리 듣고는 사실 기분이 좀 상했습니다. 연습도 안 하고 잘하길 바라냐 뭐 이런 식으로 들렸거든요. 그런데 답답한 마음에 찾아본 유튜브 배재희 프로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러분 공을 들고 5미터 정도 던지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 가면 5미터 가고 어느 정도 가면 10미터 가는지 감은 다 있습니다. 그러니 그 감을 믿고 퍼팅해 보신 후에 결과를 보고 본인의 감각을 조율하시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어릴 적에 구슬 치기는 좀 했었습니다. 손 끝 미세한 감각은 없지만 그래도 대충 어느 정도 속도로 던지면 얼마나 갈까 감각은 있는 편이었죠. 바로 전날 경기에서 2미터 남기고 15cm 아래인 급 경사인 그린에서 만약 제가 공을 던지거나 당구공처럼 친다고 했으면 아마 톡 하고 건드리기만 했을 겁니다. 그런데 머리로 외운 공식으로 무지막지하게 쳐 버렸으니 그냥 굴러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퍼터를 통하긴 해도 어쨌든 움직여야 하는 몸은 제 몸이니까요. 몸이 얼마나 반응하면 그런지 제일 잘 아는 건 바로 저니까 그깟 공식들은 앞으로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세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 째, 그립은 견고하게 일정하게 잡습니다. 보니까 긴장을 푼다고 그러면서 헐겁게 퍼터를 잡았다가 칠 때 슬쩍 놓기도 하더군요. 반대로 세게 칠 때는 꽉 잡고… 그런 식으로 편차가 있으니까 결과가 일관적이지 않고 경험이 쌓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거리가 멀든 가깝든 손바닥을 딱 대고 견고하게 퍼터를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둘째, 퍼터는 거의 땅에 스치듯이 낮게 휘두릅니다. 공을 때리지 말고 굴려야 좋다는 건 어디서 들어서 마치 당구의 밀어 치기처럼 잘 굴리려고 그랬는데… 그러다가 제대로 정타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퍼터 높이가 충분하니까 어드레스 때부터 바닥에 딱 대서 높이를 맞추고 바닥에 스칠지 언정 빗맞는 일은 없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보다 홀을 더 많이 보면서 얼마나 치면 될지 스스로 계산해 봅니다. 공식으로 외울 때는 5미터 숫자만 보고 발 밑에 공이랑 채만 봤습니다. 그러나 구슬 치기 할 때는 넣어야 할 구멍만 보았지 구슬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눈으로 보고 거리를 보고 내 머리가 계산한 그 느낌 그대로 고민 없이 쳐 봅니다. 결과가 좋으면 좋은 거고 나쁘면 나쁜 대로 학습이 될 테니까요.
실제로 오히려 감에 의존해서 거리를 계산한 결과가 오히려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끔 심한 오르막 내리막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어렵긴 해도 대충 근처까지는 가고 특히 짧은 거리 퍼팅은 홀에 굴려서 넣는다는 느낌만으로도 훨씬 집중력이 좋아졌습니다. 어프로치가 개선된 면도 있지만 덕분에 퍼팅 수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결국 답은 내 안에 있었습니다.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해서 쌓은 감각들. 실제 필드에 나가서도 이렇게 공보다 목표가 되는 홀에 더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골프는 계산하는 운동이 아니라 홀에 공을 집어넣는 놀이이니까요. 다음 필드 라운딩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