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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20. 2021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면 책이 나의 것이 됩니다.

광교로 이사 온 이후로 출퇴근 시간이 30분 내외가 됐습니다. 예전에는 급하게 시간에 쫓기어 나가고 도착하고 나면 진이 다 빠졌었는데 30분 정도 차에서의 혼자만의 시간은 저에게 큰 휴식이 됩니다. 어떨 때는 듣고 싶은 음악을 크게 틀어 놓기도 하고, 어떤 때는 유쾌한 라디오 프로를 들으면서 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세바시 / 차이 나는 클래스 같은 강연을 듣습니다. 오디오 클립으로 쉽게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어 하나 혹은 두 꼭지 정도 들으면 30분이 금방 갑니다. 좋은 강의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 기술 덕분에 하루하루 새로운 도전들과 만납니다.


https://youtu.be/3 E2 NH_C_os0


오늘 아침에는 “공부머리 독서법”으로 유명한 최승필 작가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독서가가 되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 다섯 가지에 대한 강의였는데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습니다.

 

한 분야만 읽는 것 같아서 고민이다.

매번 같은 책만 반복해서 읽는다.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빨리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수준 높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최승필 작가 이야기는 다 쓸데없는 걱정이다는 겁니다. 모두 다 독서력을 드래곤볼에 나오는 전투력 측정하듯 수련해야 하는 기술로 이해하는 부모의 욕심이라고.. 독서력은 얼마나 책에 푹 빠지고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반복 독서에 대해서 많이 공감이 갔습니다. 어릴 때 저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어요.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전산”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과학입국”의 꿈을 자식에게 실현하고자 과학동아 같은 잡지도 가져다주시고 여러 이공계 서적을 챙겨 주셨지만 제가 필이 꽂힌 책은 민음사에서 나온 세권 짜리 “어린이 삼국지”였습니다.

 

정말 50번은 넘게 읽은 듯합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어느 장수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서사를 풀어낼 수 있는 걸 보면, 그 책이 저에게 어떻게 각인되어 있고 제가 살아오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오죽하면 모바일 게임도 삼국지만 합니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다시 읽고 다시 읽으면서 삶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추스르게 해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 카이사르 편”이 그랬고,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그랬고, “말 그릇”이라는 책이 그랬고, 최근에는 “아이가 열 살이 넘으면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해야 할 말”이라는 책을 자주 다시 들추어 봅니다.


어쩌면 사람의 삶은 자신이 마음을 담아 본 책을 닮아 가나 봅니다. “빨강 머리 앤”을 붙잡고 살 던 수인이는 활기찬 문학소녀가 되어 가고, “우주 별 이야기”를 좋아하던 수현이는 '일식'을 챙겨 보고 밤에 별을 보며 즐거워합니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잘 읽어야 한다는 조바심을 나부터 버리고 이번 휴가에는 그리웠던 책들을 다시 찾아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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