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의 탈락과 롯데 자이언츠의 꺾어진 팔치올

한여름의 꿈에서 깬 후에

by 이정원

NBA 전체 승률 1위였던 밀워키 벅스가 오늘 마이애미에게 패하면서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압도적인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을 기반으로 코트를 휘저었던 MVP 후보 아테토쿰보의 부상 공백도 컸지만 양팀의 가장 큰 차이는 In-game 전략의 유연성에서 갈렸습니다. 한마디로 감독과 코칭 스태프의 역량이 판가름한 셈입니다.


플레이오프 2nd 라운드에 진출할 정도의 팀이라면 다들 실력은 이미 검증된 바, 누가 상대의 약점을 더 파고 들고, 누가 경기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에 더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게 되는 거죠. 최근 몇 년간 애틀란타와 밀워키 두 상위권 팀에서 정규 시즌에서는 높은 승률을 보이며 리그 1등의 성적을 달성한 부덴홀저 밀워키 감독은 이제 “정규 시즌용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려워 졌습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징을 하는 저는 부덴홀저 같은 스타일의 팀 운영을 더 선호합니다. 더 안정적이니까요. 애틀란타 시절부터 부덴홀저 감독은 팀이 가진 약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선수단을 구성하며 단단한 팀을 만들어 왔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3점슛 빈도를 늘려 현대 농구의 흐름을 주도하고, 이를 위해 돌격 대장 쿰보를 중심으로 동선을 세밀하게 짰습니다. 수비에서도 골밑을 든든히 지키는 안정적인 수비를 통해 평균이상의 득점 억제력을 확보했죠.


이런 잘 짜여진 팀은 장기전은 정규리그에서는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타팀들을 압살하면서 수많은 가비지 경기를 만들었고 그렇게 세이브된 체력으로 계속 주전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승승장구해서 승률 1위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그렇지만 Pressure가 훨씬 높은 플레이오프에서는 통하지 않는가 봅니다.


이유는 밀워키가 못한 것이 아니라, 상대팀이 밀워키를 더 잘 알고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매일 다른 팀과 경기를 치뤄야 하는 정규 시즌과는 다르게 플레이오프는 집중 견제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집중하면서 소비되는 체력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압박이 높을수록 늘 하던 내가 잘하던 것보다 맞붙는 상대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기존의 주전에 의존하기 보다는 깜짝 카드를 통해 판을 뒤흔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밀워키는 그게 안 되더군요. 부덴홀저 감독은 그런 게임내 유연성이 현재 동부에서 같이 경쟁하고 있는 마이애미의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이나 보스턴의 브레드 스티븐슨 감독을 따라가지 못하니 처음 경기 시작은 유리하게 흘러가도 경기가 진행 될수록 수가 막힙니다. 계속 쓰던 선수들이 하던 대로 하다 보니 지치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몰리게 됩니다.


저는 왜 농구 경기를 보면서 롯데 자이언츠의 허문회 감독이 떠올랐을까요? 한창 더운 8월에 시즌 초부터 관리야구라는 기치를 내 걸고 타 팀에 비해 주전의 부상이 적다는 장점으로 고정 라인업을 운영했던 롯데는 “팔치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가며 8월에 전체 2위의 높은 승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9월에 다시 추락하고 어제는 오프너로 나온 팀의 고참 송승준이 무너지면서 1회에 10점을 주는 대패를 당합니다.


정 라인업으로 8월을 가는 동안 물론 이기고 있는 팀의 상승세를 꺾고 싶지 않았겠지만, 롯데는 주전의 체력도 갈아 넣었고, 다른 팀들처럼 새로운 얼굴들이 경험을 쌓을 수 없는 기회를 잃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2연전이 계속되면서 총력전이 진행되고 있는 조금 빠른 포스트 시즌인 9월에 그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습니다.


원래 작년에 꼴찌했던 팀입니다. 시즌 초에도 앞으로 5년 뒤에 우승을 목표로 하는 리빌딩을 목표로 하는 팀이었습니다. 지금 롯데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5위를 향해 주전을 쥐어 짜는 전력 질주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전략을 시도해 보고 그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특화된 선수들을 육성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최원준 같은 갑툭튀 투수가 필요하고, 박지찬, 홍창기 같은 출루와 도루에 특화된 새로운 카드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롯데는 이런 유연성이 발휘될 수 있는 카드가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압축된 일정에 SK/한화발 인플레로 5할이 되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지금 롯데가 해야 하는 일은 내가 가진 카드의 용도를 실전에 써보고 잘 파악하는 일인 듯 합니다. 남은 기간 조금 더 유연한 라인업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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