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된 기사님들처럼 운전하게도와주는자동차 기술들.
[카 QA센터 -57] 운전이 서투른 초보인데 숙련된 기사님들처럼 주행하게 해 주는 기술은 없나요?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기생충’을 보면, 운전기사로 처음 테스트를 받는 송강호가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 직업이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핸들 밥 30년 38선 이하로 모르는 길이 없고 부드러운 코너링 이게 쉬워 보여도 오랜 경험이 녹아들어야 합니다.” 오늘은 송강호 기사님이 이런 부드러운 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뒤에 어떤 기술들이 숨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들 놀이동산에 가서 범퍼카 타 보셨죠? 처음에 앉아서 액셀을 밟으면 확 하고 앞으로 나갑니다. 그 울컥하는 기분 다들 느껴 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액셀 페달을 밟는 동작은 계단형입니다. 운전자는 얼마만큼의 힘을 엔진이 내야 하는 가를 액셀 페달을 밟는 것으로 표현하는데 그렇게 들어온 Input을 엔진이 아무런 필터 없이 그대로 출력으로 내면 딱 범퍼카 출발하는 그 울컥함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차를 출시했다가는 운전성이 형편없다고 고객들 불만이 가득하겠죠. 그래서 모든 자동차 회사들은 운전자가 페달을 밟아서 요청한 Torque Demand값과 실제 엔진이 만들 Torque 사이에 필터를 두어서 아무리 급하게 Accel을 밟아도 부드럽게 주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위 그래프를 보시죠, 만약 운전자가 페달을 밞아 지금 150Nm 정도의 토크를 내달라고 요청하면 바로 그 순간 절반 정도인 80Nm 정도는 일단 바로 출력으로 나오게 설정됩니다. 페달을 밟았으니 반응은 해야겠죠. 그리고 0.5 ~ 2 초 사이의 딜레이를 가지고 로그 함수 형태로 부드럽게 최종 150 Nm에 도달하도록 필터링을 해 줍니다. 초기 80Nm 값이 크면 클수록 반응성은 좋아지지만 울컥 대는 느낌이 들고, 딜레이가 짧을수록 가속감은 좋지만 차가 너무 급하게 치고 나간다는 느낌입니다. 반대로 초기 설정값이 너무 작으면 차가 밟아도 반응이 없게 느껴지고 딜레이 시간이 길어지면 쭉 치고 나가는 느낌이 덜한 것 같습니다.
결국 운전자의 요구에 빠르게 응답하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이는 서로 상반되는 요구 사이에서 최적의 설정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차속마다 그리고 기어 단수마다 같은 토크라도 차에 전달되는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각 단수별로, 엔진 RPM과 원하는 토크의 정도에 따라 이 1차 반응 비율(R_initial)과 연착륙하는 딜레이 시간 (T_delay) 비율을 일일이 설정해 주어야 합니다. Accel에서 발을 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필터 없이 발을 뗐다고 바로 연료를 Cut 해버리면 차가 갑자기 서는 느낌이 들면서 울컥합니다. 그래서 일정 비율로 일단 초기 토크는 80% 이상 줄이고 나서 무부하까지 부드럽게 연착륙하도록 R_initial과 T_delay를 맞추어 설정해 줍니다.
보통 작은 엔진 차량은 반응성이 좋게 설정하고 큰 엔진은 부드럽게, 기어비가 낮을 때는 작은 토크 변화에도 크게 진동하기 때문에 부드럽게 설정해 주고 이미 탄력을 받은 고속에서는 반응성이 좋도록 맞춰 줍니다. 6단에(6) 1000 rpm부터 5000 rpm까지 250 rpm간격으로(17) 토크 25 Nm 단위로 25Nm에서 250Nm까지(10) Tip in과 Tip out 모두 설정해야 하니까 시험해야 하는 조건이 6X17X10X2 = 2040이나 되네요. 한창 튜닝할 때는 일주일을 꼬박 트랙에서 평가하시는 전문 운전기사 분과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설정은 각 회사들마다 또 차마다 다릅니다. 배기량이 큰 고급차들은 묵직한 반응을 좋아하는 반면, 스포츠카 계열은 응답성이 더 중요하죠. 예전에는 주행이 부드러워야 운전하기 편한 차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수입차의 영향도 있는지 내가 원하는 대로 달리는 반응성이 좋은 차를 선호합니다. 그런 시장의 경향이 개발하는 과정에서 튜닝에도 반영됩니다. 그래서 차를 오랫동안 타셨다가 새 차로 바꾸면 정말 새로운 느낌이 들곤 합니다. 더 큰 엔진이고 새 차라 그런 것도 있지만 비슷한 차급이라면 가장 직접적인 차이는 이 Pedal Filtering이라고 하는 설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낯설지만 그래도 놀이동산의 범퍼카처럼 시간이 지나면 금방 익숙해지실 겁니다. 본인의 차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고 각 주행 조건별로 어느 정도로 밟고 떼야 더 부드러우면서도 원하는 가속을 할 수 있는지는 경험도 필요하지만 내가 건넨 발놀림에 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한 번에 확 밟거나 떼지 마시고 설명드린 필터처럼 단계를 나누어 신경 쓰시면 숙련된 운전자처럼 차와 교감을 나누며 즐기실 수 있으실 겁니다. 기술은 거기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을 뿐입니다.
카QA센터 –
한동안 중요한 발표가 있어 글 올리는 것이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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