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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pr 25. 2021

중국에서 길건널 때는 조심해야 한다?

우리 기준에는 개념이 없는 것 같지만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서 특히 중국에서 운전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주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걔네는 개념이 없어. 고속도로에서도 유턴한다니까?"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이 없어. 그냥 막무가내야." 살아 보니 진짜 그렇습니다. 일단 일반적인 교차로에는 좌회전 표시가 없습니다. 그냥 직진 신호를 받으면 눈치껏 가야 하는데 그 옆에 보행 신호도 녹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보니 서로 눈치를 봐야 합니다. 보통은 직진하는 차량 - 좌회전하는 차량 - 사람 순인데 그것도 대중 없습니다. 용기 있는 사람이 먼저 갑니다.  


직진인데 좌회전하고 횡단보도에는 사람이 건너는 이런 복잡하고 어이없는 상황이 매번 반복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유턴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그자리에서 돌고 그러면 반대쪽의 차들은 또 그러려니 하고 섭니다. 길가다가 갑자기 앞차가 확 서서 무슨일인가 봤더니 분명 자동차 전용 도로 인데 자전거가 차 진로의 반대 반향으로 슬금슬금 옵니다. 그리고 그걸 또 알아서 사람들은 피합니다. 적어도 도로 위에서는 우리가 이른바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세상이 바로 중국입니다.  


베트남 오토바이 모습입니다. 이 혼란한 틈 사이로도 다 건너갈 길이 있다죠? 각 나라마다 자기들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이런 무법천지가 과연 유지가 될까 싶은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룰로 잘 다닙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기본'이라고 이야기하는 룰들이 생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입니다. 차들로 빽빽히 들어선 고속도로에서 좁은 차량 간격하에서도 100kph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건 1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다들 비슷한 속도로 달리고 달려야만 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서로 있기 때문이죠. 그 기본 덕분에 우리는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요? 중국 사람들은 엉키고 섞여도 왠만하면 경적을 울리지 않습니다. 도로 한가운데서 유턴을 하고 유턴하다가 다 못 돌아서 다시 후진하고 그렇게 머뭇대다가 다른 차들이 오면 뒷자리에 앉은 저는 마음이 급한데 정작 운전하시는 장시푸도 그리고 그렇게 맹렬한 기세로 오던 차들도 급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기다립니다. 그런 과정이 하루 이틀 삼주가 반복되니 저도 마음이 조금  느긋해 졌습니다.  


부국하고 자유롭고 공평한 문명 국가 건설. 중국은 엔지니어들이 정치를 해서 그런지 마치 프로젝트처럼 국가를 경영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효율을 높여서 생산성을 키워야 하는 회사에서 중국 직원들의 이런 느긋한 성향은 답답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도 이런 기본 에티켓을 잘 지키는 국가의 격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하고 침 뱉고 새치기 하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음식물 먹고 낙서하고 뭐 이런 것들은 하지 말라고 개도하는 캠페인도 합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학교 통학 시간에는 무단횡단 하지 말라고 녹색 어머니회 같이 적색 노인회에서 나와서 봉사도 하시구요. 달라져야 하는 부분은 인식하고 고쳐 가고 있지만 필요하면 유턴하고 또 그런 필요해서 그러는 상대를 기다려 줄 줄 아는 이들의 문화가 더 여유로와 보이는 건 왜 일까요?  


지난 주말 동네 버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 할머니 춘장 병이 깨져서 온 버스 안이 춘장 냄새로 진동을 하는데 다들 화 내기 보다 아까워 하고 오히려 차 앞으로 가고 뒤로 가면서 흐르는 간장 피하느라 단체로 무슨 게임 하듯 보냈습니다. 버스 기사님까지 허허 웃고 마시더군요.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기본이라고 인식하고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규율 중의 많은 부분은 더 많이 더 빨리 더 효율적이기를 강조하는 우리 시스템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규칙에 가려 정작 마주 대하는 사람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학생 때 인도 여행을 두달 다녀 왔던 지금의 아내가 제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인도에는 기차가 제 시간에 오는 적이 없어. 두시간 연착은 기본인데 우리만 발을 동동 구르고 다른 인도 사람은 그러려니 하더라고.  그렇게 한달은 겪고 났더니 우리도 마음이 편해졌어."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중국에 왔으니 중국 법을 따라야 겠죠. 기본을 지키는 본질은 한국에서 왔지만 강요된 급한 마음 보다 같이 가는 사람을 볼 줄 아는 여유는 배워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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