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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09. 2021

문명의 이기에 오히려 매몰되지 맙시다.

이메일도 쓰기 나름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자동차 엔진과 트랜스 미션에 들어가는 Controller의 SW개발 부서를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기계쟁이인 제가 생전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 관련 업무인 데다가 처음으로 아웃소싱까지 포함해서 25명 정도 되는 인원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개발하는 엔진과 미션을 사용하는 모든 르노의 공장들과 협업해야 하다 보니 제가 연결되어 있던 그물망이 20~30명에서 200명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주고 받는 메일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더군요. 당시에는 정말 하루에 200통도 넘게 왔던 거 같습니다.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일단 이해하려면 꺼내서 읽고 이전에 있었던 이력까지 보고 있으면 하루 업무 시간 8시간에 야근을 더해도 메일 보고 대처하는데 하루를 다 보내게 됩니다.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습관적으로 아웃룩만 계속 바라보게 됩니다. 누가 요청하면 답변하고 다시 회신 오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하루 시간은 잘 가는데 정작 꼭 해야 하는 일은 계속 지연됩니다. 실제로 만나서 풀면 될 일들이 아웃룩에서 채팅처럼 연이은 전체 회신들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바꿨습니다.


1. 메일은 되도록 계속 보지 않고 시간을 정해서 봅니다. 보통 8 반에 업무를 시작하면 아침에 오자마자 아웃룩을 켜고 밤새  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아침에 와서도 메일을 일일이 보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보는 시간을 따로 정하고   봅니다. 저는 9시에 대충 / 11시에 1 / 2-대충 / 5시에 2 이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2. 메일을 보내기 전에 직접 가서 이야기   있으면 그냥 가서 합니다. 어쨋든 메일은 쓰고 보내고 내려받고 열고 보고 확인하고 회신하고 다시 받는 이런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소통 방식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어떤 입장이고 어떤 계획이 있는지 회신 오기 전엔 모르죠. 그리고 글이란 것이  차갑습니다. 보통은 뭐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그걸 따라잡는 무언가를 요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왠지 따지는  같고 질책하는  같고 명령하는  같아서 오해하기 쉽습니다. 가서 직접 이야기할  있다면 그게 제일 좋습니다.


3. 마지막으로 오늘 진짜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다면 그날은 메일도 열지 말고  일부터 합니다. 어쨋든 메일은 남에게서 오는 '남이 시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일의 우선 순위는 '내가 정해야죠!' 우리가 습관이 그렇게 들어서 그렇지 실제 느껴지는 것보다 메일로 오는 문제는 그리 급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진짜 급하면 전화를 하겠죠 아니면 메신저나 직접 찾아와서 요청할 겁니다. 그러니 진짜 나한테 중요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아웃룩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자료를 공유하고 약속을 정하고 commitment를 확인하고 안부를 나누는 '기술이 가져다 준 장점은 챙기되, 노예는 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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