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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임팩트 때 헤드는 처음 잡은 그립 방향 따라갑니다

[백돌이 탈출기-11] 스트롱 그립 잡고 자신 있게 휘두르자.

by 이정원

12일에 있었던 라운딩은 생각보다는 잘 쳤습니다. 캐디가 많이 봐주긴 했지만 99 깨백을 했으니 결과는 만족합니다. 다만 드라이버 슬라이스로 라운드 내내 괴로웠습니다. 어쩜 그렇게 안 고쳐지던지요. 제가 원래 구질이 슬라이스라 아예 왼쪽을 보고 치려하는데 오비를 향한 방향이 부담스러웠는지 자신있게 못 휘두르니까 더 열려서 가는 악순환이 계속 됐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슬라이스를 고치기 위한 고민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유튜브에 나오는 각가지 이야기들은 다 비슷합니다.

1. 인아웃으로 들어와서

2. 몸이 먼저 열려서

3. 손이 헤드보다 앞에 와서 헤드면이 열려 맞아서


매주 레슨 받는 프로도 저에게 2번과 3번을 늘 강조하면서 회원님은 맞는 순간에 몸이 돌아가니까 팔로만 치는 연습을 하라고 여러 번 이야기하셨습니다.

근데 그게 참 잘 안됩니다. 손만 보내면 힘이 없고 릴리즈를 빨리 하자고 타이밍에 늦으면 한없이 슬라이스가 납니다. 궤적을 인아웃으로 바꾸려고 백스윙을 몸 뒤로 빼면 여지없이 뒤땅이나 정타가 잘 안 맞습니다. 어쩌다 인 아웃이 돼도 그럼 헤드면이 열려서 맞아서 푸시 페이드로 밀리는 건 마찬 가지더라고요.

https://youtu.be/ubUJZcb9dF4


그러다 무조건 돌려 조프로라는 유튜브 강의에서 기존과는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파워를 내려면 딜레이드 히트가 되어야 하니 제가 늘 듣던 팔이 먼저 가야 한다는 것이 다 말이 안 된다는 거죠. 인아웃을 위해 팔을 억지로 뒤로 빼지 말고 팔은 뒤로 백스윙해서 탑에 오기 전에 골반을 돌려주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옆구리로 오른 팔꿈치가 붙으면서 인아웃 궤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팔만 보낸다고 멈칫하고 손으로 채를 던진다고 릴리즈에 신경 쓰지 말고 그대로 몸을 돌려서 인 투 인 궤적을 만들라는 겁니다. 그러면 거리도 멀리 나가고 슬라이스 구질도 드로우로 바뀐다는 거였습니다.


말도 시원시원하지만 예로 드는 과정이 마치 제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몸이 먼저 열린다고 이야기한다. 몸이 빨라서 헤드가 뒤라서 열린다. 그래서 몸을 제자리에 두고 팔만 가지고 보내 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면 공이 안 나갑니다. 조금만 더 힘을 쓰면 바로 또 슬라이스가 납니다. 이 과정을 계속 무한 반복하던 제게 빛과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이거다 싶어서 빈 스윙을 열심히 해보고 시간을 내서 연습장으로 향했습니다.


결과는 대 실패. 급격히 회전하는 동안 시선이 흔들리니까 정타가 되지 않고 정타가 되지 않으니 거리도 방향도 엉망이었습니다. 프로가 시원하게 보여주는 몸통 회전 스윙은 수천번 연습을 통해 몸에 익힌 것이더군요. 그걸 단번에 따라 하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습니다.

https://youtu.be/wh5NDdvsopU


그러나 소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제일 먼저 슬라이스의 주된 원인인 아웃 인 궤적을 억지로 만든다고 채를 몸 뒤로 낮게 백스윙하고 했었는데, 몸통 스윙에서는 그러지 말고 하체를 먼저 보내고 오른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면 자연스러운 인 아웃 궤적이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따라 해 보니 덮어 치는 방향을 많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임팩트 순간에 손이 헤드보다 앞에 있는 것이 정상이라면 그 순간에 헤드면이 정면을 보도록 어드레스 때부터 핸드퍼스트에 스트롱 그립을 잡아야 합니다. 그전까지는 스트롱 그립을 잡으라고 하면 왼손만 그냥 더 오른쪽으로 넘겨줬었는데, 오늘 연습하면서는 일단 손의 위치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헤드면을 정렬하고 (손이 앞이니 자연스럽게 헤드면은 닫힌 형태를 갖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왼손 그립을 스트롱으로 확실히 잡습니다. 그리고 백스윙 시 이 그립이 풀리지 않도록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잡고 그대로 뒤로 들었다가 내려옵니다.

결국 이런 분석화면에 나오는 골프채의 모습은 실제 손과 헤드의 위치가 아니라 헤드면의 방향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치니까 손이 앞으로 와도 헤드면은 정렬이 됩니다. 카카오 분석 화면에서도 손이 먼저 갔다고 (정확히는 헤드 면이 닫힌 상태로 맞았다고 ) 나오면서 오히려 약간 풀로 당겨지는 풀 페이드 구질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티샷 할 때마다 스크린에서 방향을 조절할 필요 없이 가운데 보고 똑바로 쳐도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왼팔과 왼손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릴리즈 하는 것도 지켜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임팩트 순간의 헤드면이고 그 건 그립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역시 사람이나 골프나 똑바로 가야 하나 봅니다. 내 맘대로 안 되는 공을 원망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어드레스와 그립부터.. 어쭙잖은 흉내보다는 내게 맞은 방식을 찾아가 봅니다. 어쨌든 내 게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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