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 탈출기-12] 자신 있게 끝까지 공에 힘을 실어 줍시다.
이제까지 저는 던지라고 해서 그냥 임팩트까지만 스윙했다. 그러면 채가 앞으로 갈 거라고 그래서 던져지면 더 많은 에너지가 공에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공은 사실 맞는 순간에 발사되듯이 나가지 않습니다. 한동안 헤드면과 만나서 마치 슬라임이 달라붙듯이 서로를 찌그러 뜨리며 힘을 주고받는 찰나의 시간을 가집니다.
그냥 빈 스윙을 할 때는 자연스러운 스윙을 하다가 공만 보면 스윙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공을 맞추는 순간 손에 들어오는 충격을 이길 몸과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나 봅니다. 딱 맞아서 반동으로 충격을 받는 순간 손을 놓치기도 하고 힘을 빼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실컷 공을 맞춰 놓고 앞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힘이 빠지니 채는 몸 왼쪽으로 빠져나가고 헤드는 못 버티고 열려 버리고 그러면 공은 마치 팽이처럼 깎여 맞으면서 슬라이스가 날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슬라이스는 인아웃 궤적이 문제고 찍어 쳐서 문제고 채가 열려 맞아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제가 입스처럼 공을 맞는 순간에 오는 충격을 못 버텨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제가 실제 스윙을 제대로 못하는 증거는 피니시 동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공을 치다 마는 듯해서 제대로 몸이 돌지 않으니 공이 열려 맞을 수밖에요. 레깅이니 딜레이드 히트니 뭐 이런 것들 고민하면 팔은 계속 늦고 그만큼 더 외롭게 뒤에 남아 임팩트에서의 충격을 못 버티고 열려 맞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회사 동료 분이 시원하게 피니시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아직 서툴고 거칠지만 저와는 다르게 공이 화면의 왼쪽으로 확실히 가더군요. 공을 맞춘 후에도 꾸준히 힘을 실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괜한 프로들 스윙 따라 한다고 팔 따로 몸 따로 하는 저보다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워 말고 그냥 골반과 몸을 확실히 돌려서 끝까지 스윙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스윙하면 정타가 안되고 거리도 어이없이 나오고 했었는데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빈스윙 연습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공을 잘 맞춰지더군요. 팔만 뒤로 갔다 팔만 앞으로 가는 스윙을 벗어나서 가슴 앞에 늘 손이 있도록 그래서 어느 쪽이 먼저 가는 일 없이 확실히 회전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몸통 스윙이 가는 만큼 임팩트 때도 손이 앞에 올 때도 정확히 맞도록 어드레스 때도 핸드 퍼스트로 하고 위치도 가깝게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백스윙 때 상체와 골반이 더 돌아가서 아웃 인으로 들어오는 궤적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늘 늦게 나온다는 릴리즈도 몸과 함께 나오면서 스퀘어가 되더군요. 그리고 임팩트 이후에도 공에 꾸준히 힘을 실어주게 되니까 오히려 팽이처럼 깎여 맞아서 나오는 사이드 스핀이 600 rpm 이하로 줄었습니다. 깎여도 슬라이스가 아니라 페이드 구질이 되고 오히려 드로우 구질도 가끔 나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제 페어웨이 중앙을 보고 칠 수 있게 된 것이 제일 반갑습니다. 슬라이스 날까 봐 엉거주춤 치던 모습을 벗어나 그동안 연습한 스스로를 믿고 자신 있게 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일입니다. 역시 주저주저하기보다는 자신 있는 태도가 어디서든 통하나 봅니다. 다음 주 있을 라운딩이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