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 탈출기-12] 바닥이 경사졌다면 마음부터 비웁시다.
자주 가던 회사 앞 스크린 골프장이 최근에 업데이트가 되었습니다. 바닥이 필드처럼 경사가 움직이면서 실제 상황과 비슷해 졌습니다. 그만큼 더 어려워졌죠. 공사 후에 처음 시합을 하는데 공이 발보다 많이 높이 있는 상황에서 4번 유틸이 계속 열려 맞으면서 오비만 연속으로 3번 나서 양파를 먹었습니다. 이러니 연습장이나 스크린에서 잘 치던 사람도 필드에 가면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필드 경험이 부족한 저는 다른 집단 지성에 기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튜브에 있는 여러 프로들이 자신만의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하체는 고정하고 상체는 세워라. 왼발에 무게 중심을 둬라. 보폭을 넓게 잡아라. 채를 짧게 잡아라. 한 클럽 크게 잡고 3/4만 쳐라…
저는 그 중에 LPGA에서 활약하는 최나연 프로의 영상이 가장 와 닿았습니다.
경사에 따라서 어깨선을 맞추어 주고 그대로 스탠스를 잡습니다.
경사에 맞춰 기울인 대로 헤드면의 기울기도 영향을 받는 것을 인지하고 거기에 맞춰서 클럽을 선택한다.
백스윙을 했다가 공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고 3/4 정도로 스윙 자체는 간결하게 한다.
임팩트 후 팔로우 스윙은 지면의 방향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i0HYIpwJP8&t=21s
https://www.youtube.com/watch?v=pC5tIQDlzCg
결국 스윙을 하는 동안에는 머리와 공 사이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보다 공이 높으면 채를 짧게 잡고, 발보다 공이 낮으면 보폭을 조금 크게 해서 그 거리를 자연스럽게 맞춥니다.
왼발이 더 높은 오르막 경사에서는 몸도 헤드면도 뒤로 기울여지니 당연히 그냥 치면 공이 평소보다 더 뜰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언을 한 두 클럽 크게 잡아서 로프트을 낮춰서 원하는 거리를 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반대로 오른발이 높은 내리막 경사에서는 한 클럽 정도 짧은 클럽을 잡아서 너무 낮은 탄도가 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평소에 많이 연습한 환경과 다른 상황이니 거리 욕심 핀에 붙인다는 욕심 다 버리고 그냥 그린 근처로 혹은 서드샷 할 수 있는 곳까지 안정적으로 보낸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스윙이 필요합니다. 세게 친다고 힘이 들어 가면 체중 이동이 많이 되는데 바닥이 기울어져 있으면 하체가 중심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그냥 L2L 스윙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툭 치는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쳤더니 업데이트된 골프존 시스템에서 오히려 처음으로 언더파를 쳤습니다. 평소 어려웠던 내리막에서는 가벼운 펀치샷처럼 맞으면서 방향이 좋아 졌고, 오르막에서는 탄도가 높게 가면서 많이 구르지 않고 온 그린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자연과 싸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순응해야 한다는 최나연 프로의 말이 맞았습니다. 실제 필드에서도 그런 마음으로 편안하게 쳐 보려고 합니다. 골프라는 운동은 어떤 스포츠보다 자연과 가까운 운동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