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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Dec 24. 2021

팀장님도 육아휴직이 가능한가요?

육我휴직 일지 - 1st day

회사를 쉬어야 되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은 한 달 전인 11월의 밤이었다. 같이 산책을 하러 나선 길에 들린 단골 커피집에서 아내와 나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치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가 말했다.


여보. 회사 그만 두면 안될까? 나는 도움이 필요한데... 그래 그러자. 


프로젝트를 관리하다 보면 제일 피해야 하는 상황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타이밍에 놓치는 일이다. 인생이라는 프로젝트에서 늘 참고 묵묵히 곁에서 챙겨주던 아내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그런 말을 했을 때 다른 것들은 그다지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이 그 때다. 


그렇게 회사를 쉬기로 결정하고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완치에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니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한 휴직은 자발적인 퇴직이라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었고 19년을 꼬박꼬박 받아오던 월급봉투가 없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다. 무작정 퇴사라면 다시 취직할 수 있을까? 그때까지 생활은 어떻게 하지 의문 부호가 쌓였다. 


다행히 아직 둘째의 나이가 육아 휴직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는 조금 안심이 됐다. 1년이라는 나름 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지원도 조금 받을 수 있다. 회사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라 나아지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바로 상사에게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상무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우셨을 텐데 가족 걱정부터 해 주셨다. 감사했다.


기간은 일 년. 내년 1월 1일부터 1년이 지난 후 복귀하고 남은 연월차는 사용해서 12월 23일까지 근무하는 걸로 일정이 정해 졌다. 육아 휴직을 신청하는 휴직원에 사인을 마치고 면담을 한 HR 과장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저희 회사에서 팀장이 육아 휴직을 쓰는 건 처음입니다. 인사로서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팀장도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 휴직을 6학년 2학년 두 아이를 다 키운 상황에서 신청하는 것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가족이 내 손을 더 필요로 한다. 그래서 19년을 계속해 온 달리기를 잠시 멈추기로 했다.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다. 나를 키우는 육我휴직 일지의 기록도 함께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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