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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띄우려면 스윙을 올려 치면 안됩니다.

백돌이 탈출기 - 12 야구 스윙처럼 찍어 치는 스윙을 극복하는 방법

by 이정원

스크린이든 필드든 첫 샷은 늘 드라이버입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저 넓은 페어웨이로 멋지게 티샷을 하고 나면 그날 라운드 내내 기분이 좋겠지만.. 초보에게는 슬라이스로 오비가 날까 봐 두려워 연습 때 휘두르는 스윙의 반도 못 휘두르곤 합니다. 그래서 늘 시작이 늘 신통치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골프에서 모든 샷들 중에서 유일하게 티에 올려놓고 치는 샷이다 보니 은근 야구할 때 티 배팅하던 습관이 자주 나오곤 합니다. 탑까지 들었다가 공을 향해 최단 거리로 찍어 치는 궤적을 보입니다. 그러면 공에 힘은 실려서 속도는 60m/s 정도는 나오는데 발사각이 10도가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이 나오게 됩니다.

그래도 방향도 잘 가고 슬라이스도 덜 나서 이렇게 지내는데 어느 날 SBS 골프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시험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드라이버 각도는 10.5도로 해야 하냐 9도로 해야 하냐를 증명하는 시험이었는데 결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어택 각도가 5도 정도 올려 치는 경우에는 9도로 하는 것이 같은 속도에서 더 멀리 갔지만, 찍어 치는 경우에는 드라이버 각도에 상관없이 거리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티에 올려 치는 드라이버라는 샷의 본질은 띄워 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필드에서의 상황을 돌아보면, 발사각이 낮은 저는 늘 거리에서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물론 그 덕에 오비를 덜하긴 합니다.) 특히 오르막이 많은 코스에서는 필요한 거리를 가지 못해서 여러 번 나눠 쳐야 하는 상황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공을 좀 띄우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어드레스에서 중심을 오른발 쪽으로 기울여서 백스윙을 낮은 궤도로 가져가 보았습니다. 소위 약간 누워 치는 거죠. 그러면 입사각이 낮아질 테니까 공을 맞은 이후 궤적이 좀 올라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오른발에 체중이 많이 남는 문제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회전축이 오른발 쪽으로 가면서 깎여 맞는 형태를 이루어서 슬라이스가 많이 났습니다.


다음으로는 공을 좀 앞에 둬 보자고 시도해 봤습니다. 채는 어쨌든 몸 앞에서 최적점을 찍으니까 공을 좀 앞에 두면 자연스럽게 위로 향하는 궤적에서 맞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근데 몸이란 녀석이 금세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더군요. 궤적의 최하점이 점점 앞으로 가면서 다시 발사각은 낮아졌고 오히려 인투인으로 정확하게 맞던 좌우 방향이 앞으로 가니까 아웃 투인 궤적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몸 중심에서 앞으로 갔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같이 함께 스크린 치고 하는 선배님이 반대의 고민을 이야기하십니다. 나는 드라이버가 너무 떠서 고민이야.. 왜 그러지? 그러고 보니 그분은 늘 16도 이상의 높은 포물선의 티샷이 가는데 바람 영향을 너무 많이 받거나 내리막에서 제대로 런이 안 되는 것이 불만이셨습니다. "부장님. 저기 골프존 투비 전 샷좀 제게 공유해 주세요."

찍어치는 저와 들어치는 선배님 임팩트시 손 위치입니다.

영상 보이시나요?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더군요. 공을 띄우기 위해서는 임팩트 때 헤드면이 어디를 보고 있느냐인데. 그 각도는 로프트 각과 손의 위치에 의해 결정이 되었습니다. 임팩트 순간에 핸드퍼스트로 손이 늘 공보다 앞에 있는 저는 헤드가 늘 덮인 상태로 맞고, 반대로 손이 공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선배님은 헤드가 최적점을 지나 올라가는 초입에 맞는 것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즉 임팩트 전 언제 왼손과 오른손이 크로스 되는 릴리즈를 하느냐에 따라서 샷의, 특히 드라이버 샷의 궤적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손목을 쓰면 과도한 슬라이스가 나서 손목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었으니 늘 찍어 맞을 수밖에요. 릴리스를 최소화해서 정확도를 높이자는 기본적인 접근에는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공을 좀 띄우기 위해서 제가 요즘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3가지입니다. 첫째. 왼손 그립의 힘을 조금 가볍게 잡았습니다. 둘째. 실제 공이 있는 위치보다 10cm 정도 뒤에 공이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있는 공을 가볍게 친다는 느낌으로 헤드를 던지려고 합니다. 셋째. 그동안 너무 낮게 설정했던 티 높이를 35mm 에서 40mm로, 특히 오르막에서는 45mm로 높였습니다. 그리고는 힘을 빼고 최대한 부드럽고 정확하게 맞춘다는 느낌으로 스윙을 합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평균 거리는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공이 맞는 느낌도 좋고, 정타가 나는 확률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스크린보다 필드에서 더 유용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임팩트 전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의 조작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더 빼고 더 편안하게 몸에 새기는 연습을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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