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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an 12. 2022

내 아이 가르치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 팀장의 육我휴직 일지 - 16th day

방학이 시작되고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는다. 학원을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해 보기로 했다. 수입이 줄어든 상황이니 생활비를 아껴도 된다는 측면도 있고, 코로나인 상황도 있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디가 부족한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둘 다 한꺼번에 감당할 수는 없으니 이제 3학년에 올라가는 둘째는 밀크티라는 자기 학습 기기로 혼자 공부하게 했다. 본인만의 스마트 기기가 생긴 아이는 신이 나서 하루 진도를 나간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고 그림 그리고 티브이 보고 춤추고 슬라임 만들고..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고 있다.


이제 중학교에 가는 첫째는 중학 수학 처음부터 하나씩 챙겨 보기로 했다. 이미 예전에 다니던 공부방에서 중학교 1학년 1학기 수학의 개념은 배운 상황이라 같이 교보문고에 가서 유형이 잘 정리된 문제집을 골라서 유형을 하나 내가 풀어 주고 아이가 하나 더 풀어 보면서 진도를 나가기로 했다.

보통 한 단원이 세 단락 정도로 예를 들어 소인수 분해와 최대 공약수 최소 공배수 이렇게 나누어져 있어 하루에 한 단락씩 나가고 나머지 하루는 단원 평가와 응용문제를 풀면 한 주에 한 단원이 진행되었다. 시간은 하루에 90분 정도.


흔히들 스키와 운전과 수학은 가족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정도는 알아야지 하는 답답함이 나면 어쩔  없이 화가 나기 때문일 거다.  정도는 알아야지.  정도는 빨라야지.  정도는 이해해야지.  정도는 풀어야지...  그런 판단을 하는  " 정도" 기준은 이미  과정을  거쳐  어른인 내가 중심이다. 정작 가르치는  아이의  수준을 보고 부족한  채우는 것이 목표인데 정작 채워야  부분이 보이는 상황에 우리는 화를 내서 판을 깨곤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칠  필요한  인내심이 아니라 "뚜렷한 목표 의식"이다. 아이가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문제 푸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 나쁜 습관은 고치고 좋은 전략적 접근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 그리고 문제보다 개념을 이해하고 상황을 상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는 목표에 집중하면 지금 답답한 그 순간이 개선해서 벽을 깨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골든 타임이다.


물론 가끔씩 나도 방금 설명해  유형을   풀면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기는 하다. 그러나, 제일 답답하고 제일 간절히  문제를 풀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설명해  문제를  푸는 것은 풀어가는 개념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같은 유형이지만 숫자가  단순한 문제를 내서 같이 다시 풀어 봤다. 그렇게 이해가  때까지 같이 풀어 가다 보면 시간이  들뿐이지 언젠가는 넘어가게 된다.


서술형도 마찬가지다. 큰 아이는 글을 또박또박 쓰는데 그래서 늘 쓰는 속도가 늦었다. 예제로 나온 서술형을 푸는 데 걸린 시간이 8분이 넘게 걸렸다. 그래서 이야기했다. "시험 시간이 보통 40분, 문제수가 25문제에 서술형은 나도 높은 문제로 5문제 나온다고 하면, 객관식 문제는 1문제에 평균적으로 1분 내로 풀어야 서술형을 풀 시간이 만들어지겠지. 그리고 서술형 문제도 하나당 4분 내로 풀어야 하는 상황이야. 그러니, 일단 문제를 2분 내로 풀고 2분 내로 서술을 적는 전략이 필요해. 그러려면, 지금 보다 서술을 더 단순하고 빠르게 적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간단한 서술형 문제를 간단히 정리하는 법을 함께 연습해 보고 있다. 문제는 따로 풀고 서술형 기술에는 핵심 키워드만 명확히 기술하는 연습을 하는 거다. 그리고 아이도 늘 고집 피우던 글씨체를 조금 더 빠르게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 보겠다고 한다. 기특한 녀석.

무엇보다도, 진도와 숙제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해보고 싶은 상상을 마음껏 해 본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데 15분 걸리는 철수와 20분 걸리는 영희가 다시 출발점에서 만나려면 얼마나 걸릴까 하는 단순한 최소 공배수 문제를 가지고, 우리는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몇 번이나 겹쳐 만날까?" "서로 반대 방향으로 출발하면 몇 번이나 만나지" 하고 새로운 형태를 막 만들어 봤다.


그러고는 머릿속 상상만으로는  그림이  그려지는 아이와 연습장에 원을 그리고 바둑알을 돌려 가며 시뮬레이션을  봤다. 소인수분해와 아무 상관없지만 그렇게 노는 사이에 거리와 시간, 속도와의 관계. 마주치는 순간의 상황에 대한 상상과 이해를     경험이 쌓였으리라. 그런 놀이를 같이   있어서  좋았다.


학교를 가게 되면 이런 밀도로 수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수학의 맛을 처음 보는 중학교 수학을 함께 헤쳐 가 보련다. 아이와 함께 앉은 책상이 정겹다. 부디 아이도 그렇게 느끼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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