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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an 05. 2022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이팀장의 육我휴직 일지 - 9th day

월요일. 새해 연휴를 마치고 모두가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나의 시간만 멈춰 섰다. 아이들이 오늘까지만 학교를 나가고 큰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을 하는 날. 월요일은 그렇게 나의 일정이 아니라 가족의 일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년을 그렇게 내 일정대로 살았다. 주중이면 직장을 가야 하고 월요일에는 전체 팀 회의가 있고 매주 요일마다 해야 하는 정기적인 일정으로 요일을 인지하던 시절. 이제는 나의 아웃룩에는 일정이 없어졌고, 그저 그날 해야 하는 일들 (월요일에는 졸업식, 화요일에는 부스트 샷..) 이 주간 달력에 나열되어 있다. 

사실 일은 많아 보이지만 단순하게 해야 할 일이 다이다. 

정해져 있는 시간의 틀은 사실 편하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단계 단계를 요일별로 밟아 가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해서 몰려오는 일들을 처리할 수 있었고 덩치가 큰 일들을 나눠서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면 일주일이 가고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면 월급이 돌아온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을 주고 연봉을 받으며 세월을 보냈다.


휴직을 하게 되면, 그런 틀이 사라져 버린다. 대신에 순간순간 해야 하는 일들이 몰려온다.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삼시 세끼는 눈 깜짝하면 돌아오고, 설거지하고 나면 다음 끼니 준비를 해야 한다. 병원을 다녀오거나 도서관에라도 다녀오면 반나절이 훌쩍 간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즈음되면 고개를 들어 하루가 갔음을 느낀다. 


그렇게 반복되는 주기가 하루 단위로 짧아지니 요일 감각도 금방 사라져 버린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일이 진행하는 주기도 짧아지니 바로 며칠 전에 결심했던 글 쓰기도 쓰다 말고 쓰다 말고 그렇게 하루 이틀 미뤄지기 십상이다. 이래선 긴 목표를 이룰 수가 없다. 


졸업한 큰 딸. 온전히 함께 보낼 방학이 왔다. 

그래서 요일마다 반복되는 활동들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월요일에는 도서관에 가고, 화요일에는 골프 연습을 가고, 수요일에는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목요일에는... 이제 아이들 방학도 시작되니 서로 맞추어 봐야겠지만 요일마다 구분 짓는 일을 만들고 세월이 가는 감을 잃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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