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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11. 2022

아빠 과외 한달 후기 - 토론편

이팀장의 육我휴직일지 - 45 days

중학교 문제집을 고르러 아이와 함께 교보문고를 들렀을 때다. 아이는 이런저런 참고서나 문제집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는데 내 눈에 들어온 책이 한 권 있었다. "소통을 꿈꾸는 토론학교 - 사회 윤리".

이제 막 어린이를 벗어나서 어른이 되어 가는 수인이는 생각은 깊고 고민도 많지만 자기 이야기를 남에게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많이 주저하는 편이다. 우리 집 가훈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자"이지만 내가 뭐라고 남들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냐는 겸양의 미덕이 과한 셈이다.


내 주장을 강요하는 것과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에 좋은 기회다 생각이 들어 수인이에게 권했다. "수인아. 우리 사회는 따로 과외하지 말고 이 책 가지고 아빠랑 한 주제씩 토론을 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한 토론 과외는 수학 공부가 한 단원이 마치면 하루를 잡아 진행되었다. 책에는 논쟁이 될만한 주제들이 있어서 하나씩 순서대로 해 보기로 했다. 먼저 나와 수인이 모두 다음 날 토론할 주제의 책 내용을 살펴본다. 그리고 수인이가 먼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정하면 나는 무조건 반대의 입장이 되어 진행한다.


처음에는 3분간 발제 시간으로 내가 왜 찬성 혹은 반대하는지를 각자 이야기한다. 그러고 나서 서로 반박하기 위한 질문을 3개 정도 주고받으면서 토론을 이어 가면 30분 - 40분 정도 지난다. 어느 정도 질의하고 답하는 과정을 마치고 나면 나도 토론 상대자로서의 부캐 역할을 벗고 본캐의 생각과 입장을 꺼내면서 자유롭게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번 꼴로 진행되어 이제까지 외모 지상주의, 개인주의, 대학 입시에 대한 토론을 3회 진행했다. 책 내용 자체가 찬성과 반대 모두의 입장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발제가 잘 되어 있어서 쟁점을 찾아서 논의하기가 편하다. 수인이는 나에게 역사적 배경이나 중요한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고, 나는 수인이의 평소 생활이나 결정에서 현재 수인이의 주장과 대치되는 상황을 들어 논박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수줍게 쭈뼛쭈뼛 책에서 읽은 내용을 요약하는 것 같이 이야기를 꺼내지만,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토론이 진행될수록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생각이 조금씩 여물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찬성하고 반대하고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은 상황 따라서 그리고 각자의 입장 따라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아 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들은 "네이버 클로바 노트"라는 앱을 사용해서 녹음하고 기록해서 같이 공유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보내서 손녀가 이렇게 커가고 있다는 걸 느끼실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있다.  


https://clovanote.naver.com/s/QyfxDAwcWUKSk


 글을 쓰면서 지난 토론을 다시 들어 보니  이야기를 너무 많이   다.  줄이고, 수인이 이야기에 일단 긍정해주는 리액션을 늘려야겠다. 과외라고 제목에는 썼지만 사실 같이 토론하면서 나도 배운다. 좋은 책을 만난 덕분에 사회 윤리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시간이 무척 즐겁다.  마무리하고 다른 주제로 확장해 가며 꾸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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