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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12. 2022

아내가 여행을 떠났다.

이팀장의 육我휴직일지 - 46 days

아내가 여행을 떠났다. 금요일에 나가는 강의를 마치는 대로 오랫동안 연락하고 지내던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서 충남 예산으로 신이 나서 갔다. 결혼 생활 16 만에 처음이라며 10 육아를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SNS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 돌이켜 보면 몇 번은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하고 단체로 상하이로 놀러 간 적도 있는 것 같고, 하루를 맡기고 혼자 바람 쐬러 간다고 한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이렇게 일박을 하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남편인 나도 개인적인 여행은 5년 전인가 창원에 내려가서 지내는 친구 보러 갔던 하루 정도밖에 없었지만 대신 출장이 잦았다. 자동차 개발 시험을 하러 다닐 때에는 여름 겨울 예외 없이 2주 정도는 지리산이나 동해안 쪽을 다녔었고, 해외 자동차 개발할 때는 칠레나 스웨덴 스위스 이런 곳으로 3주씩 떠나곤 했었다.


중국에서 생산 공장의 진행 상황을 살피러 거의 매주 일주일에 이틀 이상은 비행기로 두 시간 걸리는 곳으로 출장 가서 지냈으니 1년에 한 달 이상의 시간을 아내는 아이들을 홀로 챙겨야 했다. 독방 육아. 특히 아직 아이들의 나이가 어려서 집에 혼자 두고 나오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다.


그 힘듦을 서로 아는 우리는 그래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것에 대해 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았던 나는 그 죄책감이 미안함이 되고 이내 부채감이 되곤 했다. 한쪽이 한쪽에게 미안함이 쌓이는 관계는 건강할 수 없을 거다. 부채는 빨리 갚을수록 좋겠지.


그래서 아내의 여행이 반갑다. 아이들과의 시간도 여유롭다. 과외하고 밥해먹고 산책하고 함께 잠자고 그렇게 하루는 평소와 별 차이 없이 흘러갔다. 한 사람이 없으니 조금은 덜 시끌벅적하고 단출하지만 그도 그 나름대로 여유 있다. 아이들이 많이 커서 더 편해져서 충분히 할 만하다.  

떠나기 전에 아내는 친한 친척들과의 다음 여행 일정을 잡으면서 내게 말했다. "정원 씨도 친한 친구들하고 1박 2일 함 갔다 와." 솔깃한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은 참아야 한다. 16년이란 시간 동안 닫힌 문 뒤로 홀로 아이들과 훨씬 힘든 시간을 보냈던 시간의 마이너스 통장에는 아직 갚아야 할 빚이 많다. 열심히 갚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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