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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16. 2022

여전히 공 치면서 사람을 만나고 있다.

이팀장의 육我휴직 일지 - 47th day

2020년도에 해외에 파견을 갔다가 돌아오니 코로나로 모든 야외 활동이 금지되어 있었다. 점심시간마다 동호회 사람들하고 모여서 하던 농구를 못하게 되니 답답하던 차에 친한 동기형이 꼬드겼다."넌 공은 안치냐?"


골프라고 하면 돈 많고 시간 많은 분들이나 즐기는 부유한 놀이라 나랑은 연관 없다 생각했는데 주위를 보니 다들 즐겁게 즐기고 계셨다. 스크린 골프라는 가깝고 쉽고 시간도 덜 걸리는 모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기면서 부담이 많이 줄어든 면도 있을 거다.


같은 회사 팀원 분들과 단톡방이 만들어지고, 일 이주에 한번 정도는 함께 스크린 경기를 하는 루틴이 생겼다. 하다 보니 잘하고 싶어서 새벽에 집 앞 연습장에도 나가고 레슨도 3개월 정도 받아 기본기도 다지고 그렇게 깨달은 내용을 여기 브런치에 다른 글로 써보기도 했다.


휴직을 하고, 돈은 줄었지만 시간은 상대적으로 많은 요즘도 공을 친다. 대외 활동을 안 하다 보니까 오히려 운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산책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홈트도 하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골프는 제일 재미있다. 마음대로 안돼서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운동이다.


혼자 연습을 하다 보면 약간 수도하는 느낌이랄까? 일상 생황에 방해가 되지 않게 회사를 가지 않는 지금도 평일에 새벽에 가서 연습하거나 주말에 오후에 한두 시간 연습장 가서 힘껏 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요즘은 스크린에서 어떤 자세로 쳐서 어떤 궤적으로 채가 들어오고 그래서 어떻게 공이 날라 갔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주에 한번 정도 휴직 전에 같이 즐겼던 팀원 분들과 스크린을 치러 간다. 집에만 있다가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면 경기보다 사는 얘기, 회사 얘기로 두 시간이 금방 간다. 잊지 않고 불러 주어서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한두 달에 한번 정도는 필드로 간다. 지난 월요일에도 무려 25년 전에 대학교 기숙사에서 한방을 썼던형들이랑 만나서 라운딩을 다녀왔다. 엄청 고급스러운 골프 클럽을 못 가도 퍼블릭 골프장에서 하루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휴직해도 여전히  치면서 사람을 만나고 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람들  핑계로 골프만  이유가 없는 듯하다. 휴직이라 조금은 위축되고 소외되는  같은 마음에 위안이 되는 면도 있다.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자연에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하는 것이 좋다. 조금 더 잘 했으면 하는 바램이 리프레시하고 다시 돌아온 일상에 작은 텐션을 주는 것도 좋다. 참 고마운 친구같은 운동이 생겼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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