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마음이 아파서 힘들어하면 주변에서는 그렇게 처지면 어떡하냐고 정신 차리고 마음을 다 잡아 보라고 채근한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를 가고 뼈가 다치면 정형외과를 가고 암에 걸리면 수술도 받는데 마음이 아프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만 한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러지 않고 싶어도 안 되니까 병이다. 왜 그러니 그러지 마라 이런 이야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픈 건 매 한 가지인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괜히 더 자기 탓 같고 미안해진다.
우리도 그랬다. 육아에 부모님에 공부에 강의까지 해야 하는 일들을 곁에 두고 아프면 아내는 제일 먼저 미안해했다. 그리고 그 미안함이 더 걸려서 더 아팠다. 그걸 곁에서 보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만 했다. 아픈 그녀를 두고 출근하는 길이 제일 힘들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시작한 휴직인데 그냥 마냥 좋기는 하다가 다시 아프고 정신이 번쩍 났다. 그리고 일단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일도 줄이기로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아내에게 강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약속이었다. 늘 하던 일이 자만 평소 같지 않은 컨디션일 때는 몇 시간을 앞에 서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에너지를 쏟는 일은 너무 큰 부담이 됐다. 마음이 다운되는 기척이 느껴지면 아 이번 주 해야 하는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가 제일 많이 두려워했다. 지금껏 어떻게든 해 내 왔지만 그때마다 몸은 몸대로 지치고 마음은 마음대로 힘들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꼭 나가야 하는 강의를 맡지 않기로 했다. 하더라도 짧은 단기 강의만 하기로 했다. 강의뿐 아니라 지인들과의 약속도 먼 약속은 잡지 않기로 했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반갑지 않은 손님 때문에 그때마다 아쉬운 소릴 할 일 없게 먼 약속 큰 약속은 서로 잡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이 들거나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으면 참지 않고 안정제를 먹기로 했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같이 오던 중상들, 몸이 쑤시면 몸살 약을 먹고, 소화가 안되면 내과도 가기로 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지만 그래도 아픈 몸이 마음을 붙잡는 일은 피하는 게 나았다.
당신 탓이 아니야.
아프면 도움을 받아야 하고
세상 무슨 일보다 치료가 먼저이니
다른 것들은 일단 좀 비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