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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y 29. 2022

아픈 걸 인정해야 도움을 받고 비울 수 있다.

사람이 마음이 아파서 힘들어하면 주변에서는 그렇게 처지면 어떡하냐고 정신 차리고 마음을  잡아 보라고 채근한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를 가고 뼈가 다치면 정형외과를 가고 암에 걸리면 수술도 받는데 마음이 아프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만 한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러지 않고 싶어도  되니까 병이다.  그러니 그러지 마라 이런 이야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픈   한 가지인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괜히 더 자기 탓 같고 미안해진다.


우리도 그랬다. 육아에 부모님에 공부에 강의까지 해야 하는 일들을 곁에 두고 아프면 아내는 제일 먼저 미안해했다. 그리고 그 미안함이 더 걸려서 더 아팠다. 그걸 곁에서 보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만 했다. 아픈 그녀를 두고 출근하는 길이 제일 힘들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시작한 휴직인데 그냥 마냥 좋기는 하다가 다시 아프고 정신이 번쩍 났다. 그리고 일단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일도 줄이기로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아내에게 강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약속이었다. 늘 하던 일이 자만 평소 같지 않은 컨디션일 때는 몇 시간을 앞에 서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에너지를 쏟는 일은 너무 큰 부담이 됐다. 마음이 다운되는 기척이 느껴지면 아 이번 주 해야 하는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가 제일 많이 두려워했다. 지금껏 어떻게든 해 내 왔지만 그때마다 몸은 몸대로 지치고 마음은 마음대로 힘들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나가야 하는 강의를 맡지 않기로 했다. 하더라도 짧은 단기 강의만 하기로 했다. 강의뿐 아니라 지인들과의 약속도  약속은 잡지 않기로 했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반갑지 않은 손님 때문에 그때마다 아쉬운 소릴 할 일 없게 먼 약속 큰 약속은 서로 잡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이 들거나 잠이 오지 않을  같으면 참지 않고 안정제를 먹기로 했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같이 오던 중상들, 몸이 쑤시면 몸살 약을 먹고, 소화가 안되면 내과도 가기로 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지만 그래도 아픈 몸이 마음을 붙잡는 일은 피하는 게 나았다.


당신 탓이 아니야.

아프면 도움을 받아야 하고

세상 무슨 일보다 치료가 먼저이니

다른 것들은 일단 좀 비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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