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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Nov 04. 2020

고급 휘발유 반드시 넣어야 하는 건가요?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하는지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에 대해서.

[카QA센터-03] 옥탄가 높은 고급 휘발유 넣으면 비용대비 차량 노후화가 덜 되어 종국엔 더 이득인 상황이 올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럴 일 없습니다.


먼저 고급 휘발유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간단히 설명 드릴게요. 가솔린 엔진에 들어가는 휘발유는 Spark Plug에서 나오는 불꽃을 통해 점화되어 연소가 일어 납니다. 공기가 들어오고 연료가 분사되고 공기와 연료가 잘 섞인 후에 불꽃이 일어나면 점화가 되어서 폭발이 발생하고 그 힘으로 피스톤을 밀어서 동력을 만들어 내죠. 엔진이 두바퀴 돌 동안 한번의 폭발이 일어나니 2000 rpm이다라고 하면 1분에 1000번 (실제로는 4기통이니 4천번) 폭발이 일어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만화에서 보듯이 불 꽃이 튀고 거기서부터 연소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면 참 좋습니다. 그런데 폭발이 너무 격렬하게 일어나다 보면 아직 Main 화염이 벽면에 도달하기 전에 벽면 쪽에 공기가 섞여 있던 연료가 압축 가열되어 자체적으로 폭발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엔진에서 “탁, 탁” 이런 소리가 나는데 그래서 이를 노킹 - Knocking이라고 부릅니다.      


노킹이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원래 엔진 벽면에는 윤활유가 고르게 발라져서 점화 플러그로부터 화염이 와도 벽면에 손상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 주는데 이런 노킹 현상이 생기면 연소실 벽면에 보호막이 망가지면서 엔진에 큰 손상을 입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엔진 개발을 할 때는 폭파할 때 연소실 내에 온도와 압력이 너무 높지 않게 불꽃이 튀는 시기를 잘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노킹 현상은 연료 내에 옥탄이라고 하는 안정적인 화학 성분이 많을수록 덜 발생합니다. 그래서 옥탄을 100으로 기준을 삼아 자기 폭발 현상(자발화)가 덜 일어나는 정도에 따라서 옥탄가 94이상의 고급 휘발유와 91~94수준의 일반 휘발유로 나뉩니다. 나라마다 다 다른데, 높을수록 순도가 높고 공정이 더 많이 들어가서 더 비쌉니다.      


그럼 고급 휘발유를 쓰면 더 엔진이 보호되는 것 아닌가요?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한국에 생산되는 모든 차량들은 92기준으로 개발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혹 노킹이 발생하게 되면 엔진 진동을 감지해서 이상 연소를 확인하고 점화 시기를 뒤로 늦추어서 엔진을 보호하는 로직이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킹 현상이라는 것이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말씀 드린 대로 고온 고압으로 압축 가열이 되어야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는 Accel 페달을 Full로 밟는 주행이 아니고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현상입니다.


20년 전에 처음 외제차가 외국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채로 들어 왔을 때 원래 지역 (보통 미국)에서 옥탄가 98로 세팅된 수입 고급차에 일반 휘발유를 넣었다가 더운 여름에 노킹이 많이 나서 성능이 안 나오고 엔진이 상했다는 이야기들이 있었죠. 그리고 예전에는 주유소마다 휘발유 품질에 편차가 있어서 일반 휘발유에도 저가의 낮은 옥탄가 휘발유를 섞어 팔던 곳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급 휘발유를 쓰면 엔진 내구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다 예전 이야기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타시던 오래된 외제차 가져 와서 타시는 거 아니라면, 혹은 자유로에서 지옥의 레이스를 자주 펼치시는 레이서가 아니시라면, 비싼 돈 주지 마시고 일반 휘발유 그냥 넣으셔도 충분합니다. 다만 요즘 같이 더운 여름에 언덕 길 오르는데 엔진 소리가 좀 이상하고 힘이 다른 때 비해서 많이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으시면, 주유소를 다른 곳으로 바꿔 보시고 계속 지속되시면 가까운 AS에서 점화 장치 위주로 확인을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가질문 : 그럼 왜 수입차 서비스센터에서는 고급유를 계속 쓰라고 할까요?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그게 주유소 탓이든 운전자 탓이든 1차적인 보증 책임은 자동차 제작사가 집니다. 디젤에 가솔린을 넣는 것 같은 이슈야 귀책이 뻔하지만 고급 휘발유를 넣었냐 저급을 넣었냐는 밝히기가 어려울 거에요. 그러니 더 안전한 고급 휘발유를 넣어라고 가이드하는 게 본인들도 편하고.. 그리고 수입차 타는 정도 경제적 수준이면 권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든 어쨋든 노킹 발생 확율이 낮아지기는 하니까요.


그렇지만 볼보든 포르쉐든 모든 수입차도 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옥탄가 92인 표준 휘발유로 성능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아니라면 판매전에 별도의 고객 고지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볼보 홈페이지 유저 매뉴얼에 보면 옥탄가 95는 일반 주행에 사용할 수 있다. 옥탄가 98은 최적 성능 최소 연료 소비량을 위해 권장한다고 되어 있네요.

이 말은 유럽 기준 설정을 그대로 가져 왔다는 뜻인데.. 여기에 92정도인 일반 휘발유를 넣는다고 해서 노킹 현상이 마구 나는 건 아닙니다. 노킹이 나더라도 금새 학습해서 점화 시기를 뒤로 미루어 노킹이 일어 나지 않는 일반 휘발유에 맞는 시점을 찾습니다. 다만 점화시기를 뒤로 미루면 그만큼 연소 효율은 떨어지기 때문에 최고 출력은 3~4%, 연비는 1~2%정도 줄어 듭니다만 우려하는 내구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입차종마다 한국에 특화된 튜닝을 했는지 여부가 다르니 유저 매뉴얼을 챙겨서 확인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카QA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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