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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24. 2022

친한 형이 떠난 장례식장에서 문득 외로워졌다.

회사에서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형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십 년 함께 일하다가 6년 전인가 이직하면서 미안해하고 그 뒤로는 자주 보진 못했지만 안부 인사하고 소식 전하고 했었는데 느닷없는 부고에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사람 좋고 술 좋아하던 형의 장례식장에는 친한 선후배들로 가득했다. 회사를 떠난 지 꽤 되었지만 사람들은 계속 만나고 있었다. 서로 나눈 이야기들이 아쉬움으로 돌아와서 눈물로 변했다. 장례식장에서 소주가 오가고 몇몇은 눈시울들이 붉어져 갔다.


같은 회사에 있었지만 나는 형과도 그들과도 그런 관계를 맺고 살지 못했다. 용인을 중심으로 회사 마치면 한 주에 한두 번 모여서 회식하고 당구치고 늦게까지 술 먹고 하기에는 나는 서울에서 출퇴근해야 했고 아이들을 홀로 보고 있을 아내가 우선이었다. 계절마다 테스트 주행하러 출장 가면 같이 회식하긴 했지만 일상이 많이 겹치진 않았다.

회사에서 매니저 라인섹을 타고 섹션장 / 팀장이 되면서 간극은 더 벌어졌다. 피평가자와 평가자로서의 관계가 편하지 않았다. 세상을 떠난 형도 퇴사하면서 내게 보낸 메시지가 "넌 원래 잘하니까 꼭 거기서 별 달아! 아는 동생 중 대기업 임원 하나 정도는 필요하잖아 ㅋ"였다.

한창 회사가 힘들 때 있었던 명예퇴직 때는 나보다 선배님들을 설득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는 일도 잦았다. 상무님께 보고하는 회의 석상에서 자기 이름이 권유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는 내가 만든 보고서를 빔프로젝트 화면에서 보고 얼굴을 붉히던 선배님도 장례식장에 오셨다. 인사는 드렸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어색한 기류가 아직도 느껴졌다.  


친했던 형이 떠난 그 자리에서 나는 그렇게 어색해졌고, 내가 그동안 회사에서 참 외로웠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고, 모두를 다 가질 수 없는 욕심이라는 걸 알지만, 일상이 외로웠고 늘 조심해야 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유쾌하진 않았다.


육아 휴직을 하면서 나는 그 외롭고 고립되었던 (매니저 라인이라는) 나선을 내려왔다. 휴직을 마치고 돌아가면 어떨까? 떠나 있던 만큼 더 어색할 수도 있고 부담이 없어져서 더 편할 수도 있겠지..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들을 걱정하기보다 지금은 그동안 외로워서 힘들었던 나를 위로해 주고 싶다.


그리고 그 외롭던 사이에도 살갑게 다가와 준 형을 위해 기도한다. 부디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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