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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10. 2022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가장이 되어야겠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공지가 붙었다. 아파트 헬스장 청소 주 3회 1회당 3만 원 모집 중. 새벽잠이 없어져서 일찍 깨는 요즘 용돈이라도 벌어 볼까 싶어서 산책 나가는 길에 아내에게 한 번 해볼까 했더니 난데없이 같이 나선 초등학교 3학년 둘째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왜 안돼?" 하고 물어보니 그냥 싫다며 울먹울먹 거린다.


평소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을 광고인데 눈이 갔던 건 아마도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책 때문일 거다. 꼰대에 남들 따라 명품 쓰고 일만 알지 재테크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김 부장님은 명예퇴직하고 사기당하고 공황 장애가 왔다가 큰형이 하는 카센터에서 세차일 하면서 정신 차린 다는 이야기였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빌려 봤는데 온통 부동산과 명예 퇴직 이야기만 있었다.

휴직을 하긴 했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돈과 육아 휴직 지원금으로 충분히  지내고 있다.  따져 보고  경제적인 부담 없이 결정한 휴직이지만 매달 들어오던 달달한 월급이 끊기는 불안감은 어쩔  없나 보다. 처음 계획한 대로 생활을 단순하게 보내고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지출을 줄여서 살아가고 있지만, 돈이란 놈은 있어도  부족하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나의 존재감도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야  높아질  같다. 그래서 김 부장은 세차도 하는데 나는 동네에서 운동 삼아하는  어떨까 싶어 슬쩍 꺼낸 이야기에 딸은 질겁을 하고, 아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본다. "여보 우리 경제 상황이 혹시 많이  좋은 거야?"


아차 싶었다. 애초에 돈이나 번듯한 직장이 중요했으면 휴직을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임원이 되고 성공한 직장인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서 함께 한 결정인데 나의 제안은 '돈'이 제일 필요한 것 아니냐는 신호로 해석되고 가족들은 불안해했다.


 불안하자고 시작한 휴직이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일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아니야. 여보. 걱정할  없어. 내가 괜한 이야길 했네. 우리 지금처럼 단순하고 간결한  살아 가는데 집중합시다." 


가장이니 가계에 조금이라도 내손으로 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도 벗고, 사고 싶은 거 참아야 할 때 답답한 마음도 벗자. 지금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벌어주는 가장보다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많이 같이 시간을 보내 주는 남편과 아빠란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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