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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08. 2022

정해진 시간에 집을 나서는 루틴을 만들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우리의 일상도 새롭게 시작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 반가운 얼굴로 공유를 배웅하던 정유미가 문이 닫히는 순간 다른 얼굴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가족에게 집은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이지만, '바깥일'과 '안 사람'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듯 집은 늘 온전히 '주부'의 몫이다. 


아이들도 학교 가고 아내도 일정이 있어 외출을 해서 집에 홀로 있으면 온전히 자유로운 듯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눈에 밟힌다. 아침 먹은 설거지는 쌓여 있고, 청소는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 방이나 침구류 정리도 해야 할 거 같고 빨래는 늘 밀려 있다. 기운을 차려서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오전이 다 지나가 버린다. 아! 점심 준비는 어떻게 하지?


산책하던 중에 지나가는 말로 "나도 어딘가로 출근하면 좋겠다." 하던 아내의 말이 이해가 됐다. 본인도 하고 싶은 일들도 많고 해야 할 일들도 많았을 텐데, 집이라는 공간은 왠지 얽혀 있는 일들이 많은 공간이었다. 답답한 마음을 풀려면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  


돈이 들더라도 그런 공간을 찾고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 둘째는 아직 일찍 집에 돌아오니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야 했다. 인근에 있는 공유 오피스도 가 보고 스터디 카페도 가 보았지만 일단 비용이 너무 비싸고, 편하게 대화할 수 없는 분위기가 불편했다. 


집 앞 카페 우리 자리 

그러다가 우연히 들어간 집 앞 카페에서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둔 것 같은 자리를 발견했다. 나란히 앉아서 각자 일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좋았다. 적당한 볼륨의 카페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끼리 이런저런 이야기하기도 좋고 답답하면 앞에 있는 놀이터에 가서 햇빛을 쐬며 스트레칭도 할 수 있는 위치도 너무 좋았다. 사장님께 우리 의도를 말씀드렸더니 아침에 오셔서 쓰시면 아무 문제없다고 배려해 주셨다. 덕분에 쾌적하고 아늑한 우리의 아침 사무실이 생겼다. 


매일 아침 우리는 아침 운동하고 아이들 보내고 9시 반이면 같이 집을 나선다. 아침에 늘 첫 손님으로 들어와서 맛난 커피 시켜서 마시면서 마치 직장에 나온 것처럼 일과를 시작한다. 다이어리를 펴서 해야 할 일들을 적어 보고 하나씩 해 나갔다. 메일도 보고, 번역도 하고, 글도 쓰고 회의도 하고... 그렇게 오전을 알차게 보내고 나면 뿌듯하다. 그 마음으로 남은 하루가 여유로워진다. 


그렇게 정해진 시간에 집을 나서서 새로운 공간에서 "바깥일"을 함께 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부디 이 새로운 일상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워라벨은 주부에게도 휴직 중인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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