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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04. 2022

아픈 마음을 버틸 건강한 몸을 만들기로 했다.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마음이다. 지치고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받아서 힘들면 불안한 마음의 징후는 늘 먼저 몸으로 왔다. 예전에 다쳤던 관절들이 아프고 몸이 쑤시고 옴짝달싹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면 더 마음이 미안하고 힘들어졌다.  고리를 끊어 버리기 위해 우리는 아픈 마음을 버틸 몸부터 만들기로 했다.


일단 살부터 빼야 한다. 몸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생활하면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아내는 힘들면 많이 움직이지 못하다가 또 괜찮아지면 이런저런 일정들 다니면서 바깥 음식 먹느라 체중이 많이 늘었다. 체지방도 높았고 혈압도 높아서 건강 자체가 걱정이 됐다.

그래서 먹는 것부터 정리해 보기로 했다. 간식을 줄이고 7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다짐했다. 식단은 야채와 단백질 위주로 정하고 매번 식사 때마다 얼마나 먹을지를 같이 정하기로 했다. 다른 가족들이 먹는 음식에 "한입만" 하면서 얻어먹는 것도 금지했다. 달라고 하면 안 줄 수 없는 내 입장을 생각해서 아예 거실 한편에 써붙여 두기로 했다.


미뤘던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근력이 부족하고 체지방이 높은 아내는 다른 운동보다 요가를 선호했다. 일주일에 세 번은 아침이건 저녁이건 찾아가서 땀이 흠뻑 나도록 운동하고 온다. 짬짬이 홈트로 집에서도 스트레칭과 릴랙스 요가를 하면서 그동안 많이 아팠던 관절들을 풀어주고 버틸 근육을 키우고 있다. 아파트 계단을 엘리베이터 대신 오르는 운동도 꾸준히 한다. 좀 더 운동이 붙으면 수영이나 배드민턴 같이 유산소도 추가할 것이다.


그리고 많이 걷고 있다. 집 앞 호수 산책로를 아침에 아이들 보내고 한번, 같이 점심 먹고 한번 저녁 전에 가볍게 한번, 저녁 먹고 반에 한번 이렇게 하루에 서너 번은 나가서 무작정 걷는다. 하루에 최소 만 오천 보는 걷고 있다.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또 혼자 걸으며 기도도 하고. 졸리고 쳐지고 생각이 잘 안 나고 답답하면 그냥 나와서 걷기로 했다. 발로 전해지는 땅의 느낌과 따뜻한 햇살 그리고 얼굴을 지나가는 바람의 시원함은 운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


덕분에 지난 한 달간 아내의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덩달아 옆에서 같이 하던 나도 몸무게가 좀 줄었다. 그리고 반복적인 운동으로 일상이 채워져서 더 좋다. 이제 한 달이지만 몸이 더 가벼워지면 여러 활동을 하는데 자신감이 들 거다. 그리고 마음이 또 힘들어져도 한발 더 움직이고 몸이 버티면 더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어떤 상황이라도 그냥 편히 입고 늘 하듯 걸으러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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