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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17. 2022

사람들은 웬만하면 고향을 떠나지 않는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 2장 상어의 입


서론에서 밝힌 대로  책은 분열과 극단으로 치닫는 현대 사회에서 첨예한 쟁점들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내고자 노력한 책이다. 그래서  책의  번째 주제가 "이주" 문제라는 것이 그렇게 놀랍지 않다.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멕시코 국경에 쌓아 올린 거대한 철책이 대변하듯 많은 정치인들이 지금 당신이 힘든 이유를 "우리가 아니지만 우리 땅에 들어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그들"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고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이주 - Migration 문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간단한 삼단 논리로 정리된다.

1) 세상에는 경제여건이 더 좋은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만 있다면 자기 나라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것이 분명한 가난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

2) 따라서 그들은 기회만 있으면 자기 나라를 떠나 우리나라로 들어올 것이다.

3) 그렇게 들어온 이주민들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해 기존의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의 경제적 상황은 전보다 악화될 것이다.



배너지와 뒤 플래는 이 논리가 실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들어서 반박했다.  


첫 째, 사람들은 웬만하면 고향을 떠나지 않는다.  그들이 고향을 떠나는 경우는 보통 돌아갈 고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불확실하고 리스크가 큰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일은 보통 사람들에게 쉽지 않다. 여권에 비자 승인에 교통비 및 정착비 마련까지 새로운 나라에 들어가는 과정은 꽤나 복잡한 과정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산을 가지고, 고학력에, 도전적이고,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둘째,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여 사업주는 아무나 고용하지 않는다.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도매시장에서 수박을 사는 것과 달라서 관계가 훨씬 오래 지속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그만둘 수 없고, 노동자의 질도 수박보다 판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설령 더 낮은 임금을 받겠다고 해도 무작정 찾아와서 일자리르 달라는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그리고 너무 낮은 임금은 쉽게 그만두고 의욕도 떨어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효율성 임금 efficiency wage"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 이러면 고용주가 이주자를 채용하려는 인센티브가 크게 줄어든다.

이는 이주 노동자들이 현지인이 하려 하지 않으려는 일 혹은 가지 않으려는 지역에 몰리는 이유도 설명해 준다. 이주자가 오지 않는다면 그 자리는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없어 계속 비어 있을 것이다. 우리 농촌의 농사일들의 많은 부분을 동남아에서 오신 분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세 째, 이주를 통해 얻게 되는 많은 이득이 반드시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물가도 물가지만 주거비는 더 수익이 높은 환경일수록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전체 수익에서 집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저소득층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뉴욕에 있는 변호사와 청소부가 미국 남부주들에서보다 돈을 더 만이 벌지만, 뉴욕의 주거비는 변호사 수익의 21%를 차지하는 반면, 청소부는 무려 52%를 차지한다. 그래서 주거비를 뺀 실질  임금은 변호사는 뉴욕이 39% 더 높지만, 청소부는 오히려 미국 남부가 7% 더 높다. 거기에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벌이도 들쭉날쭉하고 건강도 아슬아슬해서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지인이 가까이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고향을 떠날 이유가 없다.


이주의 문제가 우려했던 경제적 악영향은 거의 없고 대체로 이주민의 유입은 현지인에게 경제적인 비용을 유발하지 않으며 본인에게도 명백한 이득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근대화 시기에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를 장려했던 시기들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197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서 루이스가 195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예로 든 사례를 보면 왜 이런 이동이 느린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형제 중 하나인 당신이 사는 시골에는 일자리는 없지만 도시에 가면 주당 100달러를 벌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면 주당 500달러어치의 일부를 가질 수 있다고 하자. 내가 빠진다고 하여 농장의 소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만약 도시로 떠난다면 농사에 기여한 바가 없으므로 내 몫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가족 전체로 보면 내가 빠져도 농장의 소출은 고정이므로 잉여의 가치를 더 벌기 위해서 당신이 도시로 나가는 것이 더 유리하지만, 만약 도시로 가게 되면 당신은 125 달러에서 100달러로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형제들의 몫은 더 167달러 수준으로 더 많이 오르게 된다. 설령 도시에 가면 받는 돈이 200달러로 오르더라도 주거비 및 여러 위험 요소를 감안하면 굳이 떠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루이스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농촌의 노동력이 생산성이 더 높은 도시의 산업에 통합되는 속도, 즉 이주의 속도가 최적 속도보다 느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회 전반을 봤을 때 생산성 증대에 기여가 거의 없는 노동력을 신규 성장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되므로, 이 가족 인센티브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개발 도상국들이 농산물을 정부가 사서 도시민들에게 싸게 공급하고 수출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농촌을 희생시키고 도시에 혜택을 주어 왔다.


이런 과정들은 노동력의 적절한 분배라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이주라는 것이 얼마나 성장에 오히려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트럼프나 일부 보수 정치인들이 "우리나라는 가득 찼다" 라며 분열을 조장하는 말들은 그저 "공포"에 불과하다. 쇠락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번성한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고전하면서도 살던 곳에 계속 사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이주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을 제거하고 이주민들이 현지 공동체에 더 쉽게 통합되도록 만들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농어촌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주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극복해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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