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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28. 2022

부모와 다른 너만의 길을 가고 있는 널 응원한다.

2022년 열세 번째 생일을 맞으며

사랑하는 수인아.

너의 열세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는 어엿한 중학생이 되어서 엄마보다 더 큰 키에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벌써 이렇게 많이 시간이 지났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올해는 아빠가 휴직이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지? 아빠는 휴직을 해서 여러 가지가 좋았지만 특히 수인이랑 아침에 고양이 밥 주러 산책 가는 길이랑 함께 하는 수학 공부가 참 좋더라. 길냥이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면 정이 많고 도와주기 좋아하는 엄마 모습이 보이고, 수학 공부를 같이 하다 보면 샘 많은 아빠 모습이 보이지. 온전히 너랑 함께 하는 그 두 시간 동안에 부쩍부쩍 몸도 마음도 커가는 널 느끼곤 한다.


요즘 수인이 마음은 어때? 처음 중학교에 올라가서 낯선 환경에 늘어난 교과에 부담이 많았을 텐데... 입시에 영향 줄지도 모른다고 문제집이며 자습서 잔뜩 사달라고 그러는 널 거꾸로 말리던 기억이 나는구나. 밤에 늦게까지 인강 듣고 수행평가 준비하고 그러는 널 보면서 지치면 어쩔까 걱정하는 마음도 들기도 해.


글치만 엄마 아빠가 보낸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또 다른 친구들과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너에게는 너만의 길이 있을 거라 믿기로 했다. 우리가 비록 제대로 된 수학 공부도 늦게 시작하고 진도도 느리게 나가지만 그렇다고 일찍부터 어려운 수학 학원 다니며 달려가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그저 너의 속도대로 차분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를 응원할게.

너무 내성적이라는 너의 걱정도 시간이 가면 괜찮아질 거야. 내성적인 성격이 콤플렉스라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의미니까.. 덕분에 수인이는 친절하고 자상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세심하잖아. 마음이 더 커 가고, 널 이해해주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살아가면서 모든 걸 다 챙길 순 없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워 가다 보면 수인이도 더 단단해져서 더 당당한 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그건 슈퍼 내성적이었던 아빠가 보장할게...)


휴직의 절반을 보낸 이 시점에 니 생일을 맞아 이렇게 글을 전하게 되어 뜻깊구나. 사랑하는 우리 딸. 수많은 인연 속에서 엄마와 아빠의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친한 친구들의 축하 속에서 행복한 하루 보내고 남은 반년의 휴직 그리고 아빠의 남은 반 평생에도 지금처럼 좋은 친구로 있어 주기를 기원할게. 생일 축하한다.


2022년 6월 28일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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