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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을 즐기는 넌 늘 날 자유롭게 하지.

2022년 7월 22일 생일 축하해

by 이정원

사랑하는 수현아.


아홉 번째 생일 축하해. 생일이라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깨끗하게 목욕하고 학교로 가는 너의 뒷모습을 아침에 볼 수 있는 올해가 참 뜻깊다. 하루하루 다시는 오지 않을 어린 시절의 너와 살을 마주 대고 살아가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아침이구나.


요즘엔 수현이가 앞장서서 정처 없이 떠나는 저녁 산책을 아빠랑 하고 있지? 며칠 전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에도 우산 쓰고 동네를 산책하면서 물웅덩이가 보이면 물장난 치면서 신나게 같이 노닐 던 기억이 난다.


넌 항상 그랬어. 해야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많이 얽매이곤 하는 아빠를 늘 자유롭게 만들지. 비 오는 게 뭐 어때서? 옷이야 좀 젖으면 되고 시원하고 좋은 걸 하면서 그 순간을 즐기는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은 그래서 늘 즐겁단다.

그러고 보면 아빠가 휴직을 하고 온종일 함께 하면서 제일 많이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건 수현인 거 같아. 아침 식사 차리면 늘 제일 먼저 다가와서 이런저런 수다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 산책도 같이 하고, 밤에는 (아직도) 아빠 품에서 같이 잠드는 우리 막내.

이제는 3학년이 되어서 동네를 휘젓고 다니고 어제는 저 친구 집, 오늘은 이 친구 집 놀러 다니는 걸 보면 아 수원으로 이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가 근처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칠 때 생각나고 문득 생각나면 연락해서 볼 수 있는 지인들이 있는 자연이 아름다운 너의 고향이 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엄마 아빠도 고향같이 늘 거기에 있을 거야. 앞으로 더 크고 (꼭 해야만 하는 거냐며 한탄하는) 공부도 빡세게 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는 니 뒤에서 (우리가 요즘 즐겨 보는 '스물다섯 스물 하나'의) 나희도가 백이진에게 보내는 것처럼 "네가 어디 있든 너의 선택을 믿고 응원"할게.


부디 지금처럼 사람들과 어울리고 활기차고 매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커 가기를. 더 이상 아기 같은 널 보지 못하는 아쉬움보다 함께 나이들어 가면서 같이 할 시간들이 더 기대된다. 잠들 때마다 이야기하지만 아빠랑 같이 놀아 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도 신나고 즐거운 하루 되길 기도할게.


생일 축하해.

2022년 7월 22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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