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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13. 2022

달리기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

시작은 단순했다. 길어진 해에 새벽에 깨곤 하는데 핸드폰만 보고 보내는 시간이 아까웠다. 즐거우면서도 목표도 있고 삶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예전에 시골로 낙향한 친구가 했다는 30분 달리기 도전이 생각났다. 그래서 6월이 시작하는 어느 날 가벼운 옷차림에 집을 나섰다.

Runday라는 어플에 제일 초보 과정인 "30분 달리기 도전" 과정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3번 총 8주 과정이었다. 첫날은 5분 걸은 이후에 1분 뛰고 2분 쉬는 걸 다섯 번 반복하기. 실제 뛰는 시간은 5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시간과 횟수가 늘어 갔다.


3일 즈음되었을까, 곁에서 내가 뛰던 걸 보던 아내가 좋아 보였는지 자기도 같이 하자고 했다. 새벽에 깨는 건 불규칙적이니까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8시 반에 무조건 나서기로 했다. 그렇게 40~50분 운동하고 정리하고 10시에 글 쓰러 카페로 나서는 루틴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6월 7월을 매일매일 달리기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3일만 달리라고 했지만 우리는 매일 달렸다. 어플이 진행됨에 따라 한 번에 달리는 시간은 늘어 갔지만 그만큼 우리 부부의 마음은 가벼워졌다.

그동안 걷기는 꾸준히 했었지만, 달리기는 또 다른 느낌이다. 걷다 보면, 주변도 보게 되고 서로 이야기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꺼내져서 빨래 말리듯 뽀송뽀송해지는 느낌이었다면 달리기는 그냥 내딛는 발과 바닥의 느낌, 나의 심장 소리와 뺨을 스치는 바람과 등 뒤를 흐르는 땀에만 집중하면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 자체가 깨끗이 물에 헹궈지는 느낌이랄까?


아내와도 함께 걷는 것도 좋았지만 함께 뛰는 것이 더 좋았다. 예전보다 더 힘차게 한발 한발 내딛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힘든 과정을 함께 해 나가는 성취감을 나누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살도 빠지고 더 건강해진 것 같아서.. 그냥 집안에 있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는 좋은 루틴이 생긴 것 같아서 더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지 채 한 달째가 되는 7월 8일에 우리는 한 번에 30분 달리기 마지막 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중간부터 12일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매일 뛰는 대신에 한 번에 뛰는 거리가 10분 이상이 되면 중간에는 휴식 차원으로 4분간 5번 뛰는 프로그램을 사이에 넣어서 완급도 조절했다. 그렇게 평생 같이 뛰어 보기로 했다.


비가 오는 오늘도 나는 가벼운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그리고 땀과 비로 흠뻑 젖은 몸을 깨끗이 씻고 나와 이 글을 쓴다. 부디 부상 없이 계속 이 달리는 즐거움을 함께 만끽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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