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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21. 2022

믿는다는 말의 힘

내 고향 7월은 청포도 익어가는 계절이자, 재산세가 나오는 계절이다. 살다 보면 당연히 나올 줄 알고 있지만 일상적인 지출은 아닌 일들이 지뢰처럼 가득하다. 자동차세, 자동차 보험, 경조사비, 재산세... 휴직하기 전에는 가끔씩 나오는 보너스를 쟁여 두었다가 이런 일상적이지 않은 지출을 감당하곤 했었는데 휴직 기간 동안에는 그런 여유가 없다.


결혼하면서 샀던 서울에 있는 집은 달라진 건 없고 전세금도 전세계약 연장 청구권에 묶여 꼼짝 못 하건만 오른 집값 덕에 종부세 문턱을 넘어서면서 재산세 금액 자체가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빠듯하게 잡아 놓은 휴직 기간 중 생활비 예산을 훌쩍 넘는 금액에 고민이 시작된다. 음.. 그래 이제는 주식에서 돈을 뺄 때가 되었나 보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문득 부산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 아버지 잘 계시죠? 저희 애들 방학하면 내려 갈게요."

"응 어서 온나? 근데 너거 재산세 안 나왔나? 종부세 때문에 많이 나왔제?"

"네 좀 나오긴 했는데, 뭐 괜찮아요. 제가 모아둔 돈에서 처리할 게요."

"(못 들은 척) 어.. 광원이(동생)도 좀 나왔다고 그러더라.. 엄마가 돈좀 부칠 거야. 보태거라.. 그럼 다음 주에 보자.. 뚝"


다음날 통장에 O십 만원이 입금이 되길래 다시 어머니께 전화드렸다.

"어머니.. 돈 잘 받았어요. 근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희 돈 있어요."

"알지. 믿지.. 걱정 안 한다.. 잘 지내고 있는 것도 알고.. 그냥 엄마 아빠 마음이니까..."

  



코이라는 이름의 작은 물고기가 있다고 한다. 이 물고기를 어항 속에 넣으면 몸의 길이가 7~8 센터 미터 정도 자란다. 그런데 똑같은 코이 물고기라도 연못에 넣어 키우면 30센티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어항과 연못보다 훨씬 드넓은 강물에서 코이 물고기를 키우면 어떻게 될까? 강물에서 코이 물고기의 몸집은 1미터 이상 자란다.


스물다섯스물하나의 나희도는 국가대표 선발 경기 결승전에서 백이진과 코치님의 응원을 되새기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아직 나를 못 믿지만 나를 알아봐 준 당신을 믿어". 내가 어디까지   있을까? 힘든 세상어떻게 살아갈  있을까 믿기지 않을 때면 나는 못 믿어도 나를 믿어 주는 사람들을 믿고 앞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나희도가 연락도 없이 떠난 백이진에게 응원을 보냈듯이 늘 내가 어디에 있든 응원을 보내주는 분들이 계신다. 그분 들 믿음 덕분에 나는 타지의 좁은 기숙사 방에 있어도 드넓은 강물에 사는 것처럼 날아 내가 그럴 거라 믿어 왔던 것보다 더 큰 내가 되었다. 


휴직을 하고 앞으론 어떻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오다가도 하늘을 보면 금세 사라지는 건 다 멀리서 보내 주는 그 응원 덕분이었나 보다. 갑작스러운 소나기 천둥소리에 무섭다고 안방으로 찾아온 둘째 딸을 재우면서 나도 이야기한다. "수현아. 네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아빠가 응원할게." 내가 응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응원이 닿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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