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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15. 2022

'성장'이라는 지상과제에 더 뜨거워지는 지구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 6장 뜨거운 지구

오늘날의 경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지구가 더 뜨거워지리라는 명제를 피할 수는 없다. 기후 변화가 인간의 활동으로 유발되었고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은 사회 전반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형평성이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이 부유한 나라에서 나오거나 그 나라 사람들이 소비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데서 나오지만, 기후변화의 비용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가장 크게 부담하고 있고 앞으로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50-10 법칙'이 나타난다. 세계 인구 중 온실가스 오염을 가장 많이 시키는 10%가 온실 가스 배출량의 50%를 차지하는 반면, 가장 오염을 덜 시키는 절반의 50%는 전체 배출량의 10%를 살짝 넘는 정도다. 일반적으로 세계의 부유한 사람들은 미래에 발생할 어떤 기후 변화에 대해서도 막대한 책임이 있다.


기온이 오르면 스웨덴의 발트해는 따뜻해져서 해수욕을 즐기기 좋아지지만 인도는 평균 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이 5일에서 75일로 증가했다. 가난한 나라들 중에 적도에 가까운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들이 그 고통도 더 많이 겪게  될 것이다. 연평균 기온이 1도 오르면 1인당 소득이 1.4% 줄어들지만  이 효과는 가난한 나라에서만 나타났다.

더워진 날씨에 대응하는 기술의 혜택, 에어컨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다. 다만, 에어컨 자체가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것이 문제다. 프레온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2019년부터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인도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덥고 가난한 나라들은 대체 물질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사용 금지를 2028년으로 유예했다. 이미 더운 나라들이 생존을 위해 지구를 더 덥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015년 파리 협약에서 결의한 대로 부유한 국가들은 기후 관련 조정 부담을 부유한 나라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다. 그리고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재생 가능 에너지원의 가격도 많이 싸지는 했다. 많은 나라들이 옛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비싸게 만드는 탄소세를 부과하고 청정에너지 연구에 대해 보조금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어 왔다.


그러나 신기술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인센티브는 중단될 것이고, 어쨌든 오염을 일으키는 기술은 존재할 것이다. 화석연료의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낮아질 것이고, 이는 다시 사람들이 석탄과 석유로 돌아가고자 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 많은 낙관주의자들이 기술이 발전하고 에너지 효율성의 격차를 줄이기만 하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기대보다 기술의 효과는 적었고, 사람들은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길 어려워하며, 개선된 효율로 절약한 만큼 더 많이 생산에 재투자되어 탄소 배출 자체의 저감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친환경에 대한 선호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환경 피해에 탄소세 같은 형태로 가격을 붙이게 되면 기업은 자신의 활동에 그것을 진지하게 계산에 넣고 시장은 자연스럽게 반영하게 된다. 정부가 사람들에게 환경에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모든 가로등은 앞으로 LED로 한다"와 같이 정책으로 '넛지' 전략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사람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습관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들은 시도해 봄직 하다.


그러나, 이런 시도 자체가 개발 도상국들에게는 부담이다. 부유한 나라들이 펑펑 쓰면서 저질러 온 일에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 더욱이 인도 같은 나라의 대기오염의 수준은 미래와 현재를 바꿀 여유가 없다. 지금 사람들이 죽고 있기 때문이다. 옥외에 불을 피우는 것을 금지하고, 난방이 되는 공용 공간을 제공하고, 현대적인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도입하고 낡은 자동차를 금지하고, 혼잡 통행료를 징수하고, 산업 오염 규제가 실질적으로 집행되도록 하고 도시 안에 있는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등 상황을 개선을 할 수 있는 조치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

이런 모든 조치에는 돈이 든다. 마땅히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부유한 나라의 정치인들은 그러나, '성장을 위해서'라는 명목에 사로잡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렇게 달성한 GDP의 성장에서 누가 이득을 보는 것인가? 전지구적이고 미래에 관한 이 중요한 문제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과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 싸우는 구도로 몰고 가지 않는 것이 관건이지만, 모든 논의를 성장 중심으로 돌아 가게 만든 경제학자들과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 부유한 나라들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태도는 뜨거운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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