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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Nov 07. 2020

차량 엔진 코팅제는 언제 넣으면 좋을까요?

깨끗하면 좋을 것 같은데..

[카QA센터-6] 차량 엔진 코팅제는 어느 정도 킬로수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단 자동차 엔지니어로서 제 사견임을 먼저 밝힙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불스OO 를 비롯한 연료 첨가제들이 엔진 때 예방하고 엔진 코팅을 한다고 광고합니다. 그래서 연비도 좋아지고, 엔진을 더 오래 잘 쓸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럼 실제 엔진 첨가제가 되어서 한번 엔진으로 들어가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한번 상상해 보겠습니다.      


보통 주유할 때 한병 넣으라고 하니 50리터 차 있는 연료통에 들어가면 500ml이니까 1% 정도 농도로 들어 갈 겁니다. 연료 라인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곳은 연료 필터입니다. 특히 GDI나 디젤처럼 고압으로 연료가 분사되는 시스템에는 연료내불순물이 있으면 연료 분사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꽤 세밀한 필터가 들어 갑니다. 이런 연료 필터는 5만 ~  6만 사이에 갈아 주는데 이게 많이 막혀 있으면 연료 공급이 아무래도 원활하지 않겠죠. 그걸 첨가제가 특히 타르 성분들을 녹여서 없애 주면 개선 되는 측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필터를 지나고 나면 연료 펌프로 가서 압축된 후에 인젝터를 통해 엔진 내 연소실로  가솔린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엔진 뒤에 있는 삼원촉매라는 곳에서 걸러지게 되어 있습니다. 근데 여기에서는 CO / HC 같은 배기가스에 산소를 붙여서 물과 이산화 탄소로 정화하는 산화 반응과 NO / NO2 같은 질소산화물에서 산소를 도로 가져와서 안전한 질소로 만드는 환원 반응이 동시에 일어 나야 합니다. (너무 어렵죠. 쉽게 말해 배기가스들 끼리 산소를 서로 주고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만약 산소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으면 이 물물 교환이 제대로 안되서 한쪽 배기가스가 통제가 안됩니다. 공기가 모자라면 CO / HC 같은 배기가스가 정화가 안되서 나오고 반대라면 NO / NO2같은 물질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공기와 연료의 비(공연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려면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량도 알아야 하고 연료량도 정확히 알아야 하죠.


예전 배기 규제 기준으로는 연소실로 들어가는 흡기 포트에 3~4bar 정도의 압력으로 연료를 제어해 주는 정도의 정밀도면 충분했습니다. 그렇지만 2010년도 즈음부터 강화된 규제는 좀더 정확한 제어가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흡기관에 분사된 연료 때문에 공기량이 영향을 받지 않고, 필요한 연료를 실제 연소가 일어나는 연소실 내에 바로 쏘아 주는 GDI (Gasoline Direct Injection) 시스템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연료 첨가제 이야기하다가 왠 가솔린 엔진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 이유는 첨가제의 역할이 엔진 형태에 따라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3~4bar로 연료를 분사할 때의 연료를 분사하는 인젝터는 오염이 많이 됐습니다. 특히 타르 성분이 많이 내부에 누적되면, 원래 20mg 쏴 주어야 해서 5ms 열어 주었는데 필요한 만큼 분사가 안되고 19mg만 분사되죠. 그럼 연소가 불안정해 지고 공연비 1을 맞추기 위해서 엔진을 제어하는 장치는 다음 번에는 5.2ms 열어줘 하고 조정합니다. 이런 변동이 많을수록 엔진 내에는 불필요한 연료가 많이 분사되고 그 연료들이 제대로 타지 않고 남은 것이 흔히 말하는 “엔진 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료 첨가제를 넣어서 인젝터 내에 불순물들을 제거해 주면, 제어가 훨씬 원활해 지겠죠. 그래서 그런 “엔진 때”의 생성이 줄고 엔진 연소 자체도 개선될 겁니다. 그리고 연료 중에 이런 성분들은 엔진 내부에도 들어가서 타지 않고 남아서 (유재석이 광고에서 내시경 들고 보여 주었던 것처럼) 피스톤이나 내부에 있던 탄소 성분들을 정리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오래된 엔진들에는 이런 효과가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겁니다.

그런데 200bar 이상의 고압으로 분사하는 GDI 엔진의 인젝터에서도 (디젤은 400bar이상입니다) 이런 타르 성분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초고압 분사 시스템은 정밀 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 이런 불순물이 남아 있지 않고 애초에 필터에서 걸러 지거나 연료와 함께 분출 되도록 개발되었습니다.


그리고 엔진 내부의 때들도 마냥 깨끗하게 벗겨 낸다고 해서 엔진에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닙니다. 분당 천 번씩 연소가 일어나는 연소실 안은 반복되는 연소 과정에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있습니다. 엔진의 때들도 피스톤이나 실린더 벽면을 보호하는 커버 역할도 합니다. 그걸 갑자기 떼어 내면, 깨끗해 보이겠지만 그 변화가 반드시 엔진 연소나 엔진 보호에 좋은 쪽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마치 오래된 미술품 복원한다고 화학 처리했다가 잘되면 좋지만 망칠 수도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엔진은 지금까지 공기가 들어 오고, 연료가 분사되고 연소가 되는 상황을 센서를 통해 모니터링해서 다음 번 연소에서 편차를 보정하고 학습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런 새로운 변동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에 변동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너무 서론이 길었네요. 문의하신 연료 첨가제는 10년 이상 오래된 차량에서는 특히 GDI가 아닌 가솔린 엔진에는 연료 계통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엔진 내 카본 침전물들을 정리하는데도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GDI나 디젤은 초고압 분사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런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고, 소위 “엔진 때”를 없애는 것이 얼마나 엔진 품질 개선과 내구에 도움을 줄지에 대해서는 상황 따라 달라 보입니다.


언제 넣어야 한다고 물어 보시면, 엔진 연료 필터를 교환하기 전인 5만km 정도? 운행하시는 차량이 어떤 종류인지 모르겠지만, 특별한 엔진 부조나 이상 소음이 들리거나, 연비가 갑자기 나빠졌다거나, 1만km마다 교환하는 엔진 오일의 양이 많이 늘거나 (연료가 과 분사되어서 오일에 섞인 경우) 많이 줄어들면 (엔진 오일이 과하게 연소실로 들어가서 타 버린 경우)에는 비싼 엔진 수리를 받기 전에 한번쯤 시도 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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