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소비를 한다. 그리고 쓰고 남은 물건들을 버리면 자연스레 쓰레기가 된다. 78억 명의 인간이 먹고 입고 즐기는 모든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이즈가 큰 소비재인 자동차는 쓰레기 중에서도 골치가 아픈 녀석이다. 일단 휘발유 경유 오일과 같은 유기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그냥 아무렇게나 버리면 직접적 환경오염이 된다. 유해 물질이 아니더라도 덩치가 크니 환경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이 좋지만, 폐기된 차량에서 중고 부품을 아무런 제재 없이 시장에 유통시키게 되면 차량 안전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여러 문제들 때문에 자동차의 폐차 및 처리에 대한 법규는 굉장히 엄격하다. 일단 애초에 차량을 만들 때에 들어가는 재료 중에 유해 물질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각 부품들 마다 구성 물질에 대해서 화학적으로 안전한 지에 대한 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라는 문서를 통해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납이나 황과 같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들은 적용 가능한 범위와 양을 법률로 제한한다.
그리고 차가 수명을 다하면, 유해 물질들을 전문 업자들이 제거한 이후에 재활용 가능한 부품들을 수거한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일요일에 재활용 쓰레기를 종류 별로 분리수거하듯이 차를 하나씩 분해해서 플라스틱 / 철근 / 유리 등 재질 별로 수거해서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차량을 잘 만드는 일을 제작사의 몫이지만 판매한 이후에는 소비자의 소유물이니 어떻게 버리고 어느 정도로 재활용하는지를 제어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재활용에 대한 법규는 지금까지 주로 폐차 및 재활용을 진행하는 업체에 대한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폐차한 차량이나 그 부품이 검증되지 않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자는 1차원적인 관리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환경 보호에 대한 기준이 높은 유럽은 제작사의 의무를 더 강조하고 있다. 제작사는 설계 단계부터 차량을 폐차할 때 Recycle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해야 하고 해체 프로세스도 명확히 정의해 두어야 한다. 판매를 위해 인증을 받을 때도 재활용 재사용 가능한 비율이 최소 95%가 되는지를 증빙해야 한다. 한 마디로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차를 팔 수가 없는 것이다. 중국에서 만든 차량을 유럽에 수출할 때도 이 재활용 비율 달성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던 기억이 난다.
최근 들어서는 VLCA - Vehicle Life Cycle Assessment라고 자동차 설계, 생산, 사용 및 폐 기까지 환경적 영향을 파악하고 환경부담을 최소화하도록 관리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에는 다 쓴 차량의 배터리를 ESS나 다른 전기 설비의 보조 배터리 형태 등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하고 난 이후에 원자재를 추출해서 재활용하는 재생 생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한 해에도 몇 천만 대씩 만들어지고 또 폐차되는 규모를 생각하면,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환경을 보전해서 유지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자동차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 자체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연비나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활용 비율이 높은 차량에 세제 혜택 같은 걸 주는 건 어떨까?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미래를 위한 자연스러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넛지 있는 정책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제 6 장 굴뚝에서 첨단 산업으로 변모하는 자동차 산업
6-1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6-2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차를 팔 수가 없다.
6-3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도 하이브리드차를 더 싸게라도 팔아야 하는 이유
6-4 2030년에는 도심에는 내연기관 차는 들어갈 수가 없다.
6-5 라스트 마일을 책임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성공할 수 있을까?
6-6 차를 소유하는 시대에서 공유하는 시대로 가는 길
6-7 차도 길도 사람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더 생각해 보기 - 인천공항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시대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