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동안 자동차 회사에 있으면서 주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엔진 개발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중국에 2년간 나가면서 전체 차량 개발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돌아왔다. 엔진 개발 부서에 있을 때는 엔진이 자동차에서 제일 중요한 부품이란 자부심이 강했었는데 차의 관점에서 보면 엔진도 차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였다. 그렇게 바닥부터 배운 전체 자동차 만드는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자.
전기차를 포함하여 모든 양산 차량을 개발하는 동안 크게 다섯 번에 걸쳐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 판단하는 마일스톤이라는 이벤트를 갖는다. 각 마일스톤마다 개발을 담당한 연구소, 생산을 담당하는 공장, 부품업체를 상대해야 하는 구매, 고객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판매와 AS, 진행에 필요한 자본의 흐름을 확인하는 재무 등 각 부서들의 해야 할 일들이 정의되어 있고, 이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품질이 승인을 해야 통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매번 시험을 거쳐 통과해야지만 완성된 차가 나오는 셈이다.
새로운 차량 혹은 모델 체인지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어떤 차를 어떤 기술을 적용해서 만들 건지 Concept을 잡게 된다. 최근 업계 동향을 분석하고 경쟁사 대비 우리가 기존 차량에 어떤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추가할 것인지를 정하고, 그러려면 대략 어느 정도 예산이 들고 언제까지 만들 건지를 정하는 Concept Freeze라는 마일스톤을 통해 프로젝트를 시작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이런 계획을 세우고 나면, 각 새로운 기능을 적용한 파트들을 업체들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고 검증하고 인증받는데 드는 예산과 기간을 검토해서 이른바 QCDP – Quality(품질) / Cost (비용) / Development (개발) / Production (생산)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각 조직으로부터 목표에 대한 Commitment를 받는 작업을 하면 Contract 마일스톤을 통해 프로젝트의 큰 줄기가 확정되게 된다.
이후 각 부품별로 공급 업체들과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다. 기능은 잘 작동하는지는 그래서 각 부품회사에 필요한 예산은 어느 정도이고, 이를 위해서 자동차 회사는 업체에 얼마를 투자해야 하고 각 부품의 단가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연구소와 구매가 진행한다. 부품 개발에 있어서 제일 큰 투자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물건을 찍어내는 금형인데 이 투자에 대한 승인을 하기 전에 업체와 합의를 완료하고, 각 부품들을 3D 상에서 가 조립해서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까지 모두 마치면 TGA_ Tooling Go ahead 마일스톤을 거치고 나면 투자가 승인되고 본격적으로 양산 파트들을 만들게 된다.
TGA 마일스톤 이전에도 개발에서는 새로 나올 차를 시작품으로 제작해서 성능 시험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때 적용되는 부품들은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일반 부품 가격의 몇 십배에 달한다. 이런 부품들로 만들어진 차량은 일반 차량보다 훨씬 더 비싸서, 삼천만 원짜리 차량을 만든다면, 제일 처음 만드는 프로토 차량(P1)은 보통 20배인 5~6억, 두 번째 시작 차량(P2)은 10배인 3억 원, TGA를 마치고 처음 금형에서 뽑은 부품으로 만든 차량은 3배인 1억 정도 가치가 있다. 그러니 길에서 위장막이 덮여 있는 시험 차량들을 보면 안전하게 떨어져서 다니는 것이 좋다.
연구소가 구매와 같이 부품 업체들과 개발을 진행하는 동안 공장에서는 조립 라인을 새로 조정하고 연습해 본다. 시험 차량 조립하는 동안에도 생산은 계속되니까 일반 양산 라인에 앞뒤로 서너 대를 비우고 모든 인원들이 모여서 각 부품 별로 시나리오대로 제대로 장착되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로 검증 시험과 인증 시험을 진행하고 그렇게 모든 검증이 마무리되면 최종 양산 승인을 받아 차를 시장에 출시하게 된다.
각 단계별로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면 선행 단계에서는 시장의 요청을 파악해서 핵심 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점검했다. 기술 준비 일정에 따라서 각 단계별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확인해서 전체적인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필요한 예산과 시장 예측에 따라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수익성이 충분한지 계산해서 갈지 말지를 결정하실 수 있게 정리해서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그나마 시작을 할 수 있다.
선행에서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작업을 하려면 정확한 계획이 필요하다.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파트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예를 들어 중국 버전에서 유럽에 안전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 차체 바디 파트에서 바뀌어야 하는 파트를 선정했다. 그리고 새롭게 정의된 파트를 업체에 Sourcing 해서 가격 및 투자 금액을 확정하고 이와 함께 변경 폭에 따라 확인해야 하는 검증 시험도 정의해야 한다. 이런 모든 단가 상승 요인과 개발 비용 등을 취합해서 프로젝트의 규모와 일정을 확정 짓게 된다.
양산 차량의 경우에는 각 파트들이 과연 문제없이 조립되는가가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업체에서 만든 3D 데이터를 베이스로 성능 측면에서 / 조립 측면에서 / 간섭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다 같이 확인한다. Proto 차량을 만들어서 선행 검증 시험도 진행하고 도면대로 업체가 생산을 시작해도 되는지를 확인하고 나면 다음 시범 조립 전까지 1차 완성 파트를 공급되도록 관리해야 했다.
본격적인 공장에서 차량 조립이 시작되면, 만든 차량에서 나오는 품질 문제를 약 8~9개월에 걸쳐 계속 찾아가게 된다. 조립 / 기능 문제 / 간섭 / 물이 새는지/ 안전에 문제는 없는지 / 부품 품질 / 페인팅 품질 / 노이즈 등 고객이 지적할 수 있는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계획을 세워 적용하고 다시 검증하는 작업을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반복한다.
이와 동시에 그렇게 만든 차량을 통해서 검증 시험을 진행해서 계획된 성능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검증된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필요한 인증 시험을 진행하여 양산에 필요한 기술적 검증 과정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하루에 100대 이상씩 만들어야 하는 물량에도 품질에 문제가 없도록 업체를 감사하고 확인하는 작업도 구매 / 품질과 같이 검증한다. 이 모든 과정이 확인되고 나면 양산을 승인하는 MA-Mass production Approval 마일스톤을 마치게 된다.
어떤가? 한 대의 차가 시장에 나서는 데는 적어도 2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 과정을 바닥부터 하나씩 배워 가면서 느끼는 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다음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아빠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자동차 만드는 사람”이라고 답해 주어야겠다.
제 6 장 굴뚝에서 첨단 산업으로 변모하는 자동차 산업
6-1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6-2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차를 팔 수가 없다.
6-3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도 하이브리드차를 더 싸게라도 팔아야 하는 이유
6-4 2030년에는 도심에는 내연기관 차는 들어갈 수가 없다.
6-5 라스트 마일을 책임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성공할 수 있을까?
6-6 차를 소유하는 시대에서 공유하는 시대로 가는 길
6-7 차도 길도 사람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더 생각해 보기 - 인천공항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시대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