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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ug 20. 2022

자동차회사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를 더 싸게 파는 이유

기록적인 폭우가 지나갔다. 7월에 청명한 여름이 계속될 때만 해도 기후 변화로 좋은 점도 있구나 하고 안이한 생각도 잠시 들었었는데, 역시나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여실히 느끼게 된다. 행동이 필요한 때가 왔다는 것이 느껴진다. 



연비가 안좋은 차를 팔면 회사가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 환경보호국 EPA 자료 참조

온실가스의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진 CO2는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주로 발생한다. 온실 가스 발생에 기여한 정도를 정리한 미국 환경 보호국 자료를 보면, 이동 수단으로부터 27%, 발전에 25%, 산업에서 24% 정도로 집계되었다. 이동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정도이니 약 18% 정도가 자동차에서 유발되고 있다. 


이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는 노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줄일 수는 없으니,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배출되는 CO2 양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가 적용했는데 대표적인 규제가 회사별 평균 연비 제한, 일명 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이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차라는 것이 무겁고 크고 배기량이 클수록 연비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비싸고 큰 대형차를 많이 팔아야 수익이 많이 나니 아무래도 이런 차량의 판매에 더 집중하게 되지만 그럴 경우 환경에는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한 해 동안 한 자동차 회사가 판매한 모든 차량의 CO2 양을 모두 합산해서 넘어가는 CO2 양만큼 1g에 5만 원의 벌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SM6 터보 버전 차량의 공인 연비는 13.2km/L, CO2로는 120g/km로 중형차치고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2020년 기준 CO2 양은 97g이기 때문에 23g 초과한 상태이고 이대로라면 회사는 1대를 팔면 23 X 5만 원 = 115만 원 벌금을 정부에 내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평균 수익률이 7~8% 임을 감안하면, 이건 거의 차를 팔아서 벌금으로 절반 이상을 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녹색 일보 자료 - 2015에서 2020년 1차 CAFE 규제 현황이다. 실제 CO2 저감 효과는 거의 없었다. 


2020년 기준이 97g이지 앞으로는 이 규제가 더 엄격해진다. 현재 이미 확정되었거나 논의 중인 전 세계 트렌드는 2030년까지 60~80g 수준으로 낮추는 트렌드를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일반 ICE 차량은 팔면 팔수록 손해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CO2 규제 현황 - 2030년에 적어도 80g으로 더 엄격해진다.


벌금을 내느니 차라리 손해 보더라도 싸게 파는게 낫다.


규제 때문에 난처해진 자동차 회사를 구제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차 한 대 한대로 계산하지 않고 회사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평균 CO2로 집계를 한다. 이렇게 하면, 규제치보다 더 CO2를 절감하는 차량을 팔아서 벌어 들인 CO2 Credit을 이용해서 다른 차량에서 내야 하는 벌금을 벌충할 수 있다. 그리고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전기차 한 대를 팔면 한국/미국은 3대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너스를 주고 있다. (유럽은 2대) 


보통 전기차는 CO2가 0이고, 하이브리드도 80g 내외이니, 하이브리드 차량을 한 대 팔면, ICE 한대가 내는 벌금을 충당할 수 있고, 아이오닉을 한 대 팔면 97g X 3 = 291g 정도의 CO2 Credit을 쌓아서 연비가 157g이라 대당 CO2 60g 수준의 벌금을 내야 하는 제네시스 G80 2.5 가솔린 버전을 5대 정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자동차 회사들이 차값을 좀 손해 보더라도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판매를 독려할 수밖에 없다. 연말이 되면 소형 전기차나 EV 포터 같은 차량들의 특별한 세일 버전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기차를 팔아야 수익이 나는 다른 비싼 차를 판매할 수 있으니 말이다. 


프랑스 CO2 관련 벌금 보너스 시나리오. 연비가 나쁜 차를 사면 소비자도 벌금을 낸다.


그러나 이런 전략도 한계가 있다. 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유럽에서는 애초에 차량을 사고파는 과정에도 전기차에는 보너스를 주고, CO2가 높은 차량에는 벌금(Malus)을 매겨 소비자들의 친환경 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회사 평균 CO2 규제도 기준이 더 강화되는 2025년 이후에는 전기차로 내연기관의 벌금을 커버하는 현행 시스템이 유지되기 어렵다. 라인업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전기차만 생산하겠다는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과연 지킬지는 미지수지만...


더군다나 기후 변화가 더 심각해지면서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자체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탄소 중립"선언이 잇 다르고 있다. 가장 빠른 유럽이 2025년부터 2040년까지, 우리나라와 일본이 2050년이고 가장 많은 인구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 중인 중국도 일단 2060년까지는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올해 서울 모터쇼에서 제네시스가 전기차만 전시를 하고 2025년부터 신차는 전기차만 내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처음은 규제로 시작했지만, 각종 벌금과 보조금 사이에서 소비자들의 선택도 함께 이동해 갈 것이다. 이런 변화에 누가 더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지 지켜보자. 


제 6 장 굴뚝에서 첨단 산업으로 변모하는 자동차 산업

    6-1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6-2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차를 팔 수가 없다.

    6-3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도 하이브리드차를 더 싸게라도 팔아야 하는 이유

    6-4 2030년에는 도심에는 내연기관 차는 들어갈 수가 없다.

    6-5 라스트 마일을 책임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성공할 수 있을까?

    6-6 차를 소유하는 시대에서 공유하는 시대로 가는 길

    6-7 차도 길도 사람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더 생각해 보기 - 인천공항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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