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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ug 26. 2022

라스트 마일,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커버할 수 있을까?

시장의 힘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영역에는 공공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

라스트 마일,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커버할 수 있을까?

회식이 있는 저녁이라 차를 회사에 두고 퇴근하면 다음 날에는 통근 버스를 타야 했다. 광교 외곽에 있는 집에서 통근 버스를 타는 광교 중앙역까지는 거리가 한 2km 정도 되는데 걸어가기는 애매하고, 대중교통은 부실하고, 택시를 타자니 비싸서 애매한 상황. 아침 일찍 길을 나섰지만 조금 빠듯한 시간에 긴장하는 순간 길 가에 공유 전동 킥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냉큼 결재하고 새벽 공기 가르며 즐겁게 달렸던 기억이 난다.  


킥고잉 전동 킥보드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내 집까지 빠르고 편하게 가고 싶다.


이른바 “라스트 마일”이라고 해서 대중교통과 거주지까지의 크지 않은 이동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최근 여러 사업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전동 킥보드, 전동휠, 공유 자전거, 전기 자전거 다양한 형태의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우리 주변에 2~3년 전부터 속속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고속 성장해 2022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6,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젊은 직장인이 많은 경기 성남시 분당, 판교 지역이나 서울 서대문구ㆍ마포구 대학가 일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터줏대감인 카카오 모빌리티를 포함해서 15곳에 달한다. 

시장에 나선 다양한 MM 업체들 - 과연 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보다 조금 더 빨리 마이크로 모빌리티 붐이 일었던 미국의 전동 킥보드 업체인 BOLT라는 회사가 얼마 전 6개의 도시에서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무래도 글로벌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신규 스타트업에 대한 추가 투자가 보수적으로 변하다 보니, 지속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사업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에도 진출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최초의 유니콘 기업 버드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상장을 해서 한 때 29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에 가까운 기업 가치라고 주가를 올렸던 이 회사는 지금 주가가 62센트에 불과하다. 이유는 수익구조에 있다. 성장을 하면 할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고성장 고비용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흑자 전환이 어려울 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pHAGJ-TBkA&t=29s

서울경제 Whynot 실리콘 밸리 기사 참조


사용자가 늘어날 수록 지역이 넓어지고 비용은 그 이상으로 증가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업체의 매출이 늘어나려면 서비스를 운영하는 지역과 대수가 늘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동 킥보드 업체인 킥고잉의 운영비용을 보더라도, 관리하여야 하는 스쿠터의 대수가 늘어날수록, 지역이 더 넓어질수록 외진 곳에 방치되어 있는 기기를 이동시키고 고장 난 기기를 수리하고 다 쓴 배터리를 충전해서 새로 갈아 주는 유지 관리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유라는 이름으로 방치되어 버려지는 기기들 - 다 운영비용으로 소모되는 돈이다.


실제 버드의 경우에도 2021년 4분기 매출이 5400만 달러로 708억 원 정도를 기록해서 전년 동기 2390만 달러 대비 126% 증가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기간 운영 비용이 전년 동기에 4230만 달러에서 1억 3600만 달러로 200% 넘게 늘어나 버렸다. 매출 성장세보다 비용이 두배 더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보니 기업 가치가 1달러 미만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공유 자동차보다 저렴해야 하는 가격 제한이 있다. 


더 큰 딜레마는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마이크로 모빌리티라는 사업이 우버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부담스럽고 대중교통보다는 조금 비싸도 괜찮다는 가정하에 2~3km 내외의 거리를 3~5 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이용한다는 틈새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니 늘어나는 운영 비용을 충당할 정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비스 요금을 올릴 수도 없다. 미국보다 시장이 작고 영세한 업체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할 것이다. 라스트 마일을 책임지는 이동 수단이 자리 잡는 일은 이렇게 쉽지 않다. 



손해를 보더라도 이동을 도와 주는 공공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곳으로 더 편하게 이동하게 하는 것은 사업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공공 서비스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일례로 파견을 갔다 온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하에 다양한 형태의 공유 모빌리티 수단들이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MOBIKE, OFO 같은 공유 자전거다. 길거리에 늘어져 있는 수많은 자전거들을 보면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다른 것보다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30분 타는데 1위안이었으니 자전거 대당 가격이 적어도 10만 원 정도는 할 텐데 유지 보수까지 해서 수지 타산이 어떻게 맞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공유 자전거 - OFO는 파산했지만 MOBIKE는 한국에도 진출했다. 


그 질문을 들은 중국 지인이 답해 주었다. "MOBIKE 같은 회사는 사기업이지만 중국에서는 정부가 인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공 기업에 가깝다. 정부는 회사에 필요한 초기 투자금을 대 주고, 회사는 정부가 필요한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얼마나 이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서 향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이런 기업과 정부의 공생 관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유 모빌리티 사업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시골 지역의 인구를 도시 내 고층 아파트로 이동시키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그렇게 도시로 모아 놓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동하게 할 것인지는 큰 숙제일 수밖에 없다. 땅이 워낙 넓으니 모든 구역을 커버하는 대중교통 체제를 구비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 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자가용으로만 한다면 도로는 아마 차로 가득 찰 테니 이런 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업을 지원해서 사람들의 이동을 돕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이동 이력들과 비용 처리 내역들은 데이터화 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중국이라는 나라는 마치 엔지니어가 운영하는 회사 같은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한다.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그게 14억이라는 거대한 인구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유 전기 자전거 업체 - 일레클


우리도 그런 방향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가 늘수록 도로 위를 달리는 차는 것이고, 공기는 깨끗해질 것이고 사람들은 행복해질 것이다우리도 카카오 같은 개별 기업들 단위로 모으고 있는 인구의 이동에 대한 Big Data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공유하고 그것이 사적인 기업의 아이템이 되건 공적인 행정 서비스가 되건 좀 더 편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협의체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냐 상생이냐 이익이 되냐 이런 고민보다 좀 더 근본적인 삶의 개선이 우선시되는 풍토가 잘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제 6 장 굴뚝에서 첨단 산업으로 변모하는 자동차 산업

    6-1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6-2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차를 팔 수가 없다.

    6-3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도 하이브리드차를 더 싸게라도 팔아야 하는 이유

    6-4 2030년에는 도심에는 내연기관 차는 들어갈 수가 없다.

    6-5 라스트 마일,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커버할 수 있을까?

    6-6 차를 소유하는 시대에서 공유하는 시대로 가는 길

    6-7 차도 길도 사람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더 생각해 보기 - 인천공항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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