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주행차량들이 많이 늘었다. 고속도로에서 라인을 따라서 핸들을 움직이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등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들이 보편화되고 있다.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 기능을 켜 놓고 차에서 영화를 보다가 경찰에 걸렸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확실히 미숙한 사람보다는 원칙에 따라 위험을 진단하고 회피하는 기계가 실수는 덜하고 판단도 더 냉정히 할 것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도 결국 센서의 인식 범위 내에서만 활용할 수 있으며 주변 건물, 구조물에 의한 시야 가림 및 짙은 안개 등의 악천후와 같은 상황에서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데 한계가 있다. 테슬라 모델3의 카메라가 길가에 전복된 하얀색 트럭을 인식하지 못해 정면충돌한 사건은 이런 개별 자율주행차량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 준다.
이런 문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자동차가 유·무선 통신망을 이용하여 주변 차량 및 도로 인프라 등과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유하는 기술인 V2X 시스템이다. 차량과 차량 간(V2V, Veghicle to Vehicle), 차량과 인프라 간(V2I, Vehicle to Infrastructure), 차량과 보행자 간(V2P, Vehicle to Pedestrian), 차량과 네트워크 간 (V2N, Vehicle to Network) 통신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자동차가 네트워크 연결되어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은 여러 가지다. 이제는 다들 익숙한 실시간 교통 정보가 반영된 내비게이션부터 차량을 원격으로 켜고 잠그고 하는 원격 제어도 가능하게 된다. 마치 스마트 스피커에 말로 여러 가지 요청을 하듯이 자동차 안에서도 에어컨 켜줘 음악 틀어죠 같은 말로 여러 가지 작동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핸드폰이 업데이트되듯 OTA(Over The Air) 업데이트로 자동차의 기능을 최신으로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길 위에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통해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식 범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주변 상황 인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변 환경을 인지할 수 있어 레벨 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하게 된다. 사각지대에서 오는 차량들이 서로 거리를 통신을 통해 인지하고 속도를 조절하거나 급히 멈출 수도 있다.
전체적인 교통 흐름에 대해서도 수도권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접촉 사고를 예방하고 정체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차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달리면 훨씬 더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사람이 운전하는 차들은 다 제각각이다. 그러다 보니 한 차가 정체 구간에서 잠시 핸드폰 보느라 늦게 출발하면 그 뒤차는 또 그만큼 늦어지고 그런 지연들이 누적되어 신호등도 없는 고속도로가 늘 막히는 이른바 "유령 체증"이 일어나곤 하는데 V2X 통신을 이용해서 차간 간격을 유지하고 돌발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교통 흐름상에 최적의 분배를 유도하면 막히는 길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아직 도로 위의 차량들 중 이런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차량들이 대부분이고 표준 통신 방식에 대해서도 미국 유럽 중국 등 나라마다 다르다 보니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넘어야 할 숙제가 많다. 네트워크에 접속한다는 것은 누구든 차량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 여러 가지 보안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다들 차량 내 핸드폰 거치대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이미 꽤 가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차량이 융합된 신차들이 출시되고 다양한 정보들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멀지 않은 미래에 고속도로가 컨베어 벨트처럼 일정하게 제어된 속도로 다 같이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길 위에서 2시간 있었노라 힘들었던 시절도 다 옛날이야기가 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