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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Sep 26. 2022

짧은 독방 육아 끝에 아내가 돌아왔다.

지난주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8월에 안쪽 우뇌에 작은 뇌출혈로 쓰러지셨던 장모님이 종합병원에서 퇴원해서 재활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날이 화요일이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입원 첫날 하루는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해서 월요일에 아내와 어머님 모두 PCR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다행히 음성. 재활병원 입성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날 밤부터였다. 장모님 체온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신속 항원 검사 결과 확진이 된 것이다. 간병할 사람이 없으니 아내도 꼼짝없이 장모님이 다 나을 때까지 함께 지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약국에 가서 코로나 약을 받아 가져다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독방 육아의 시작. 아내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일상적으로 밥 먹이고 학교 챙겨 보내고 놀아 주고 재워 주고 하는 일들이 원래도 하는 일이지만 활기찬 목소리로 집을 채우던 사람이 빠진 허전함은 방법이 없었다. 정신없던 수요일 낮은 그냥 지나갔는데 그날 밤부터 잠이 잘 안 오고 몸은 피곤한데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퇴원 수속하는데 지루해서 오래전 지웠던 모바일 게임을 다시 깔았었는데, 정신 줄을 놓고 하다 보니 새벽 1시 반. 텅 빈 침대에 몸을 누이고 잠들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요일부터는 그나마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아침에 아이들 보내고, 혼자서라도 달리기를 나서고, 점심도 잘 차려 먹고, 책도 읽고,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은 시간제한을 걸어서 자제했다. 병원이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로 가까워서 부탁받은 생수며 음료수도 걸어서 가져다주었다. 몸을 움직이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는데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병원에 간병인 중에 어머니랑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 확진되었다가 회복하고 계신 분이 계셔서 그분이 간병을 해 주기로 했다는 거다. PCR 검사 결과도 음성이 나왔다는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그리고는 냉큼 짐을 챙겨 돌아왔다.  


나흘 만에 상봉이었다. 독방 육아의 끝. 밥하고 빨래하고 하는 집안일은 다 똑같은데 집을 가득 채우는 정겨운 사운드와 큰 아이 둘째 아이 사이에서 혼자 양쪽 이야기 들어주는 곤욕을 그만 치러도 된다는 생각에 긴장이 확 풀렸다. 이런 큰 일을 휴직할 때 겪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리를 비워야 그렇게 빈자리를 알게 된다. 함께 하는 소중함을 혼자 챙기던 며칠 동안 더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내년에 복직하게 되면 다시 이 일을 아내가 낮 동안에는 혼자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에 좀 안쓰럽기도 했다.


그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니 일단 오늘은 다시 함께 하는 일상으로 돌아가 보자 하며 으싸햐고 있는데 어젯밤 목이 아파서 아침에 일찍 병원에 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나 확진이래.


헉. 다시 독방 육아 시작이로구나. 온 가족 무사히 넘어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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