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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Oct 13. 2022

그림이 하나씩 쌓인다. 내 마음에 휴식과 자신감도 같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다. 고향 방문과 코로나로 두 주는 넘어 열 번째 수업을 마쳤다. 매주 수요일 오후면 자연스럽게 화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나에게만 몰입하는 두 시간 반을 보내고 온다.


멈칫멈칫 주저하던 펜은 이제는 슥슥 나가고, 무슨 색을 쓸지 몰라 망설이던 붓에도 흠뻑 물을 묻혀 캔버스 위를 다닌다.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 줄 것도 아닌 이 선들이 왜 예전에는 그렇게 내지르기 어려웠을까? 반드시 반듯해야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지우고 나니, 손에서 힘이 빠졌고 선이 아니라 그림 전체가 보였다.


6주 차 : 2점 투시로 이층 집 그리기

2점 투시 비율과 두 소실점의 수평이 중요하다.

색이 연한 이유는 붓에 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애초에 팔레트에 물감이 물대비 적기 때문이다.

색을 섞을 때 절대 직접 섞지 말고 각각의 색을 팔레트에 충분히 옮긴 다음에 가운데서 조금씩 섞어주자.

붓이 종이에 처음 닿는 곳이 제일 진하다. 끝이 아니라 가운데 색의 웅덩이를 만들고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 주자.


7주 차 : 컨투어로 벽돌 질감 표현하기

바탕색을 연하게 깔고 나면 강조 하픈 위치에 색을 충분히 진하게 쓰자. 마치 캔버스가 빠레트인 것처럼 붓의 물 조절로 수정할 수 있다.

금속 재질은 에지를 비워 질감을 표현하자.

벽돌 / 반복되는 패턴은 자유롭게 그려야 더 자연스럽다.


8주 차 : 브런치 그리기

정물을 그릴 때는 중심부터 넓혀 가자

질감은 붓터치로 표현할 수 있다. 대신 충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림 내에 곡선은 비슷한 형태로 통일감을 준다.

이제 연필로 연습 없이 펜으로 바로 스케치할 수 있다.


9주 차 : 동유럽 거리 그리기

색은 덜 섞을수록 덜 탁해진다.

기본 바탕색을 많이 만들고 각 면의 구분은 특징적인 색을 조금씩 달리 해서 재미를 주자.

멀리 있는 대상은 펜도 색도 농담도 표현도 희미하게 하자.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을 되도록 그림 내에 찾을 수 있도록 살짝이라도 추가하자.


10주 차 : 일본 담쟁이 모퉁이 집 그리기

구조가 복잡할수록 스케치는 즉흥적이고 단순하게 그린다.

팔레트에 물감의 수분이 마르는 걸 잘 활용하면 연하지만 세밀한 표현을 할 수 있다.

경계를 칠할 때는 반드시 양쪽 선이 모두 마른 후에 칠하자.


그렇게 행복한 그림 그리기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한 주에 한 장씩, 사이에 간간히 스케치도 해 가면서 그림이 하나씩 쌓인다. 내 마음에 휴식과 자신감도 같이 쌓여 간다. 수업은 이제 여섯 번 남았지만, 물감 세트도 샀다. 집에서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면 그냥 캔버스를 꺼내서 그려 보련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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