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다. 고향 방문과 코로나로 두 주는 넘어 열 번째 수업을 마쳤다. 매주 수요일 오후면 자연스럽게 화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나에게만 몰입하는 두 시간 반을 보내고 온다.
멈칫멈칫 주저하던 펜은 이제는 슥슥 나가고, 무슨 색을 쓸지 몰라 망설이던 붓에도 흠뻑 물을 묻혀 캔버스 위를 다닌다.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 줄 것도 아닌 이 선들이 왜 예전에는 그렇게 내지르기 어려웠을까? 반드시 반듯해야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지우고 나니, 손에서 힘이 빠졌고 선이 아니라 그림 전체가 보였다.
2점 투시 비율과 두 소실점의 수평이 중요하다.
색이 연한 이유는 붓에 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애초에 팔레트에 물감이 물대비 적기 때문이다.
색을 섞을 때 절대 직접 섞지 말고 각각의 색을 팔레트에 충분히 옮긴 다음에 가운데서 조금씩 섞어주자.
붓이 종이에 처음 닿는 곳이 제일 진하다. 끝이 아니라 가운데 색의 웅덩이를 만들고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 주자.
바탕색을 연하게 깔고 나면 강조 하픈 위치에 색을 충분히 진하게 쓰자. 마치 캔버스가 빠레트인 것처럼 붓의 물 조절로 수정할 수 있다.
금속 재질은 에지를 비워 질감을 표현하자.
벽돌 / 반복되는 패턴은 자유롭게 그려야 더 자연스럽다.
정물을 그릴 때는 중심부터 넓혀 가자
질감은 붓터치로 표현할 수 있다. 대신 충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림 내에 곡선은 비슷한 형태로 통일감을 준다.
이제 연필로 연습 없이 펜으로 바로 스케치할 수 있다.
색은 덜 섞을수록 덜 탁해진다.
기본 바탕색을 많이 만들고 각 면의 구분은 특징적인 색을 조금씩 달리 해서 재미를 주자.
멀리 있는 대상은 펜도 색도 농담도 표현도 희미하게 하자.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을 되도록 그림 내에 찾을 수 있도록 살짝이라도 추가하자.
구조가 복잡할수록 스케치는 즉흥적이고 단순하게 그린다.
팔레트에 물감의 수분이 마르는 걸 잘 활용하면 연하지만 세밀한 표현을 할 수 있다.
경계를 칠할 때는 반드시 양쪽 선이 모두 마른 후에 칠하자.
그렇게 행복한 그림 그리기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한 주에 한 장씩, 사이에 간간히 스케치도 해 가면서 그림이 하나씩 쌓인다. 내 마음에 휴식과 자신감도 같이 쌓여 간다. 수업은 이제 여섯 번 남았지만, 물감 세트도 샀다. 집에서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면 그냥 캔버스를 꺼내서 그려 보련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