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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Oct 28. 2022

그렇게 믿지 못할 거면 재택근무를 하지 말라고 그러지?

학교도 아니고 군대도 아닌 여기는 회사 - 5

Scene #5


아침부터 컨디션이 좀 좋지 않았다. 목이 아프고 열이 좀 나는 게 심상치 않다. 자가 테스트는 음성이 나왔지만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마침 꼭 들어가야 할 회의도 두 개 밖에 없고, 보고서 작성하고 메일 보내는 일이 다라서 집에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막히는 길 위에서 고생할 필요 없이 좀 느긋하게 시작해도 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자 그럼 집 앞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만 받아 와서 마시면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해 볼까.? 동네 마실 나가는 편안한 복장으로 나서서 커피와 베이글 하나 사서 들어와서 컴퓨터를 켰는데 메신저가 불이 나 있다. 


"나 연구원, 어디입니까? 업무 시간 시작되었는데 왜 메신저도 꺼져 있죠?"

"민지 씨, 어제 메일로 보낸 보고서에 물어볼 것 있는데 자리에 없네요? 어디 갔어요?"


이 사람들이 평소에는 있어도 찾지도 않더니 재택 하는 날엔 왜들 이러나? 한창 코로나가 유행할 때는 사무실 절반이 집에서 근무하고 회사에서도 오히려 재택을 권장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디서 뭐하는지 알 수 없다고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자리를 쉽게 떠나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면서 메신저로 나 여기서 일하고 있다는 표시를 팍팍 내면서 겨우 하루를 보내고 이제 퇴근하겠다고 메시지를 팀장님께 보냈다. 그러니 팀장님께 답 메시지가 왔다.


"수고했습니다. 재택근무니까 기록으로 남기게 오늘 하루 했던 주요 업무 내용 간단하게 보내고 퇴근 바랍니다."

"예?"


아니, 자기들은 회사에서 담배 피우러 가고 커피 마시러 가고 자리 다 비우고 그랬을 거잖아. 이렇게 못 믿을 거면 재택근무 자체를 하지 말라고 그러지?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와 출근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공간의 제약이 없어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지만 그중에 가장 큰 변화가 재택근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계 투자 회사에 근무하는 제 친구는 석 달을 가족들과 함께 하와이에서 지내면서 거기서 근무를 하더군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원래 미국과 일이 많아서 한국에 있을 때는 늘 시차 때문에 고생했었답니다. 마침 하와이에 있는 친척집에 가족 행사가 있어서 갈 일이 있었는데 간 김에 거기서 지내면서 재택 하겠다고 했더니 팀장이 "Why Not"하면서 흔쾌히 허락했다고 하더군요. 참 부러웠습니다. 


이메일과 인터넷, 줌과 메신저로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연결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근무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코로나 이후에 재택근무를 더 권장하기도 하고, 출퇴근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서 집 가까운 곳에 거점 오피스를 만들어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SKT 홍보 자료 참조


실제로 재택근무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처럼 사회적 거리가 필요할 때도 적절한 간격을 유지할 수도 있죠. 회사 입장에서도 사원 중 일정 비율이 재택을 하면 근무하는 공간을 줄이고 식대나 출퇴근 버스 등과 같은 비용도 저감 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일만 무난히 잘 된다면 재택근무나 거점 근무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단 내가 할 일이 제대로 정해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회사들은 아직도 되도록 출근해서 나와서 일해야 하는 방식을 고집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성과가 날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겠죠. 개인의 일탈로 재택 한다고 하고서는 어디서 놀고 있는지 걱정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상적인 일들을 돌아봅시다. 장기 프로젝트에 따라서 올해, 이번 달에, 이번 주에, 그래서 오늘 무슨 일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는 일이 전체 일들 중에 얼마나 되나요?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다면, 어디서 근무하든지 나는 그 일을 잘 해내면 됩니다. 그러니 재택을 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진행 과정에서 서로 얽혀서 생기는 일들을 그때그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들을 묻고, 요청하고, 언제까지 할 건지 약속을 받고, 하는 과정들을 온라인으로 하는 것은 일을 시키는 팀장이나 일을 받는 팀원이나 서로에게 아직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니 되도록 출근해야 하고, 일은 얼굴 보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프로답게 어디서든 제 몫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러니, 재택근무를 원한다면 미리 본인이 할 일들을 잘 분석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계획에 대해 팀장과 미리 합의해 두면 더 좋습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사실 사무실에 나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맡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갑작스레 떨어진 일에 대한 요청이나 질문들에 대해서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동일한 태도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가장 편한 소통 수단으로 메신저나 메일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같은 이야기라도 글로 쓰면 말로 하는 것보다 조금 더 단호하고 차갑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이야기는 메일로 회신하더라도, 협의가 필요한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 가능하시냐고 먼저 화상 회의를 요청해 보세요. 오프라인에서도 힘든 이야기는 얼굴 보고 하듯이 온라인에서도 글보다는 말로 푸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에는 회의가 열리는 시간을 꼭 준수해야 합니다. 아직 사무실에서는 회의가 시작되지 않아도 미리 들어와 있어서 공간이 달라도 함께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회의 도중에 업무와 관계없는 다른 소음들이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은 온라인 회의하고 있는데 메이저리그 중계방송 소리가 들려서 팀원이 낭패를 본 적도 있습니다. 


경기도 일자리재단 트위터 참조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팀장이든 팀원이든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프로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프로라면 어디서 일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프로답게 어디서든 제 몫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러면 믿음은 자연스럽게 쌓일 겁니다. 


TIPs for MZ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상사와 공유하자.

온라인에서도 어려운 이야기일수록 글보다는 대화로 풀어 보자

온라인 회의 시간은 엄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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