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서 벗어난 도전이 새로운 판을 키울 수 있다
하이브리드 하면 도요타라는 메이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03년부터 프리우스로 하이브리드라는 장르를 처음 열었던 도요타는 다른 메이커들을 압도하는 연비로 친환경 차량의 이미지를 지켜 왔다.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탁월한 이유는 엔진과 모터 사이의 에너지 배분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자체 기술력 때문이다. 프리우스에 들어가는 2ZR-FXE 엔진은 특별히 급가속을 요청하지 않는 한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EV 영역을 제외하고는 엔진이 BSFC상에서 효율이 제일 좋은 최적점을 따라 주행하고 남는 동력은 충전하는 로직이 적용되어 있다. 이런 차별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도요타는 프리우스 출시 이후로 계속 하이브리드 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탄탄대로 같았던 하이브리드 시장도 전기차의 도래로 점점 위축된다. 2016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강화된 CO2 규제 때문에 전기차 판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면서 그때까지도 하이브리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도요타는 큰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이에 도요타는 2019년에 23,740개 달하는 하이브리드 관련 특허를 2030년까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조치를 취한다. 그동안 특허에 막혀서 동력 전달 및 최적점 배분 설계를 하지 못한 경쟁사들에게 길이 열어 준 셈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하이브리드 차량들의 연비 수준이 2020년을 기점으로 향상되기 시작하고, 기존의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했던 꺼려했던 메이커들도 하나둘씩 시장에 신차를 내놓기 시작한다. 국내에 출시된 하이브리드 차량들도 기존 대비해서 연비를 크게 개선한 모델을 내놓았고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 차량을 찾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이런 시장의 확장에서 가장 큰 이득은 시장을 선도하는 도요타다. 특허 공개 이후에도 여전히 30% 이상의 마켓 셰어를 보이며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고 2020년 이후부터는 세계 자동차 판매 전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히려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더 큰 성공을 가져온 도요타의 사례는 기술에 대한 소유와 보안에만 신경 쓰는 우리나라 산업계에 큰 교훈을 준다. 틀에서 벗어난 도전이 새로운 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