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마지막 주 자동차 읽어 주는 엔지니어
얼마 전 도요타가 MIRAI FCEV 출시를 발표했습니다. 올 가을에 나올 미라이는 5.6kg의 수소로 64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수소 탱크와 Fuel Cell 발전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5만 달러 정도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라이 모델 사진]
수소 Fuel Cell 승용차의 출시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승용 수소차 개발을 포기하거나 연기했습니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수소차 출시를 연기했으며, 3세대 수소연료전지 양산 시점을 4년 늦춘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소차 기술을 이끌던 메르세데스 벤츠는 수소 SUV인 GLC-F 모델 생산을 2020년 중단했고, 폭스바겐 그룹도 2020년 수소 승용차 개발 포기했습니다. 일본 혼다도 수소차 클래리티를 2021년에 단종한 바 있습니다.
과연 현대자동차 넥쏘의 연료전지 신모델을 내년에는 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 회사들이 빠져 있는 수소 연료전지차 개발의 딜레마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전기가 우유라면, 수소는 치즈입니다.
수소차가 미래의 친환경차로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전기차와 연관이 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들이 화석 연료를 태워서 내뿜는 CO2 량은 전체의 약 25%에 달합니다. 이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면 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줄겠지만, 그 많은 전기를 어떻게 생산해 낼 것인가가 또 다른 문제가 됩니다.
석탄 석유로 발전을 하면, 그 CO2가 더 오염이 되겠죠. 진정 기후 변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발전 자체도 친환경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논란은 있지만 CO2 측면에서는 원자력까지.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되는 발전 형태는 모두 한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언제 얼마나 발전이 가능한지 제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수요가 높을 때와 발전량을 일치시킬 수 없으니, 남아도는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할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전기를 응축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저장 매체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수소'입니다.
특히 대형차 부문에서는 배터리 무게나 충전시간 그리고 주행거리 문제로 수소전지차가 더 우위에 있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니콜라 같은 기업이 주목을 받았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죠.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대륙 횡단 물류가 많은 지역들을 중심으로 중장거리 수소 상용차 개발이 2020년대 초반에 꽤 주목을 받았습니다.
[니콜라 사진]
그러나 2022년 중반까지 세계시장에서 수소차는 고작 1만 7000대 판매에 그쳤습니다. 전기차 판매량 총 640만 대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입니다. 세계 수소차 충전소는 700여 곳으로, 좀처럼 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수소 연료전지 차량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쟁력이 없고, 대안이 있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생각보다 싸지 않습니다. 연료 전지에 들어가는 수소는 순도가 아주 높아야 합니다. 이런 수소는 전기 분해를 통해 만들거나 정유 화학 산업 과정에서 나오는 수소를 정제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는 1kg 충전하는데 만원 정도 드는데 주행 거리는 80km 정도로 갈 수 있는데 이는 대략 경유차 수준의 유지 비용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차 값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이득은 없습니다.
[넥쏘 하부 사진 – 800 bar에 달하는 수소 탱크가 세 개나 설치되어야 합니다.]
수소라는 연료 자체가 다른 연료들에 비해서 다루기 힘든 점도 단점입니다. 생산된 수소는 고압으로 압축해서 보관 운송되어야 하고, 차에도 800 bar가 넘는 고압으로 압축된 상태로 충전됩니다. 그리고 불꽃과 만나 가연 범위도 넓습니다 물론 수소전지 차량에는 수소 센서들과 각종 밸브 같은 안전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지만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급소 현황] - 전기차 충전소와 비교 - https://www.ev.or.kr/portal
다루기 힘든 점은 충전소 보급에도 영향을 줍니다. 고압 충전이 필요한 수소 연료 특성상 충전소 설치 및 유지 비용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기충전소가 약 5천만 원~1억 원 정도 드는 것에 비해 수소충전소 건설비용에는 무려 25~30억 원이 투자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2022년 3월 기준 전국의 수소 충전 인프라는 172기로 전기 충전 인프라 120,095기의 0.14%에 불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대형 트럭에는 친환경으로 가려면 연료 전지밖에 없다는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전기차도 배터리 기술과 충전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대형차 시장으로 확대 진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열린 EV Trend 전시회에서는 Volvo가 삼성 SDI와 1회 충전으로 500㎞ 주행할 수 있는 대형 전기 트럭 개발을 공개했습니다. 만 트럭도 1회 충전 시 600㎞ 이상 주행하고 45분 내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대형 전기 트럭 'e트럭'을 소개하고 테슬라도 전기차 대형트럭 '세미' 개발을 마치고 출시를 준비 중인데 완전 충전 시 800㎞를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EV Trend박람회 사진 - Volvo 전기차 트럭]
또 건설기계나 중대형 상용차와 같은 가혹한 조건에는 수소엔진이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수소 엔진은 기존 내연기관 엔진을 개조하여 수소를 직접 태워서 동력을 얻는 방식입니다. 수소연료 전지에 비해 효율이 떨어져 그동안 외면받아 왔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효율을 45%까지 개선되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수소 내연기관은 수소의 순도가 너무 높을 필요가 없어 저렴한 가격으로 수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소 내연기관 차량 개발 – 도요타 GR H2 엔진 – 코롤라 GR 코롤라 수소차]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 연료 전지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수소 연료 전지의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그동안 현대차에서는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 전지 내 백금촉매 양도 수백 분의 1로 줄였고, 단위 체적당 출력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기술혁신을 이뤄왔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이지도 않고,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은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수소 연료 전지 시장의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승용 시장에서는 다른 특별한 경쟁력이 없다면 가격을 저렴하게 내놓아야 하는데,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연료전지 전기차의 경우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특히 연료 전지 내의 전극 생산 단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소 연료 전지 승용차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수소 연료 자체의 생산 단가도 우리나라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태양열이나 풍력과 같은 Green 수소 생산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순도 높은 수소를 필요로 하는 수소연료전지 차량이 한국에서 널리 보급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IEA The Future of Hydrogen 보고서 참조
그러나, 시야를 전 세계로 넓혀 보면 수소 연료의 활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세계 각국은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수소 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은 수소생산 및 활용에 대한 수소 생태계의 큰 로드맵에 따라 2030년부터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려고 합니다.
EU Hydrogen Roadmap 자료 참조
EU에서 나온 Hydrogen Roadmap자료를 보면, 그린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수소차가 월등하게 CO2를 적게 생성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런 연료 전지의 탁월한 친환경적인 영향을 바탕으로 유럽의 국가들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동 수단에 대한 연료 전지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소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가 많아질수록 수소 생태계가 구성될수록 연료전지 승용차가 우리 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기는 다가올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세상의 모든 차가 전기차로만 보급되지 않을 겁니다. 지난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한 기술 개발로 연료전지 성능과 가격을 낮춰 왔듯이 수소차에 대해서도 참을성 있는 기다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