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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r 08. 2024

2024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

우리에겐 위기이자 기회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자동차 업계에 가장 큰 화두는 불확실성이었다. 우크라이나 – 러시아 간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팍스-아메리카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버블 경제를 주도했던 중국은 아파트와 인프라 건설에 들어간 자본들이 회수되지 않으면서 경기 침체에 빠졌다.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미국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계속되면서, 투자와 소비는 위축되었다. 자동차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았지만 특히 내연기관차보다 가격대가 높은 전기차 시장은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기술 수용 주기 이론


중국을 필두로 전기차 시장이 일정 기준 비율을 넘어서면서 전기차가 가고 있던 혁신의 이미지는 많이 퇴색되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버렛 로저스의 기술 수용 주기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약 3% 내외의 혁신가(Innovator)들이 제일 먼저 시도를 하고 그다음 15% 정도의 얼리어답터 (Early Adapter)들이 뒤이어 구입을 한다. 제품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그다음 35% 정도를 차지하는 초기 다수 소비자 (Early Majority)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조금 비싸더라도 새로운 제품에 먼저 도전하는 얼리어답터와는 달리,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제한된 예산에서 본인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한다. 기아에서 EV3를 내놓고 경쟁 상대로 ID.2를 언급했지만 실제 선택의 귀로에 선 소비자들에게 EV3의 실질적인 경쟁 상대는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소나타 하이브리드다. 그리고 특별히 전기차를 타는 것이 유리한 조건, 가령 예를 들면, 자주 다니는 장소에서 저렴하게 충전을 할 수 있다거나, 전기차를 타면 주차할 장소를 쉽게 할 수 있다거나, 장거리는 아니지만 누적 운행거리가 길어서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지 않으면, 특히 큰 차가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는 동양권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듯 중저가형 전기차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올해 출시될 기아 EV3의 주요 경쟁차종은 ID2가 아니라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결국 2023년의 경기 침체의 터널을 지나면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2024년 전기차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중저가 전기차로 양분되면서 각 구역 별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출시에 집중하면서 기존 모델들의 페이스리프트가 늦어져 판매 동력을 잃어버린 틈을 타고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것이다. 특히 자율 주행 같은 새로운 경험이 마케팅 포인트였던 추세는 지불하는 비용에 걸맞은 차량 내 고급 옵션과 AS 서비스 등 전통적인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요구되는 옵션들이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장의 추세에 테슬라가 다음 페이스리프트에서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도 관심이 가는 포인트다.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는 BYD를 포함한 중국 전기차와 글로벌 메이커들의 중국산 자동차가 전 세계 시장 곳곳에서 경쟁할 것이다. LFP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터리 기술과 내륙 지역의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차들이 따라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내 전기차 회사들의 생존 경쟁에서 도태된 회사들을 이용하여 가격 경쟁력 있는 전기차 생산기지를 확보하려는 노력들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시도가 조인트 벤처, 합작 혹은 흡수 병합 같은 다양한 형태의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다면 2023년 조금 주춤했던 전기차 시장은 새로운 저가 시장의 확대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BYD는 최근 멕시코에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지역별로 강화되고 있는 자국 경제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IRA 법과 우려국가배제 정책은 미래 기술 경쟁의 핵심 부품의 생산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도록 유도해서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과 동시에 자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를 우회 지원하는 용도다. 10월 대선 결과에 따라서 변수가 있을 수는 있으나 바이든이 유임하나 트럼프가 복귀하나 상관없이 다극화 시대에 미국의 자국 우선 주의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분이 재당선되면 장벽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는 탄소 발자국 규제도 궁극적으로는 다른 대륙에서 운송되어 온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호 관세에 가깝다.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친환경 발전 비율이 높은 유럽에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유럽 연합 특히 서유럽의 강국들의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클 것이다. 1990년대부터 이어오던 WTO체제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각 지역 별로 대표 모델들은 현지화해서 혜택을 최대한 누리는 동시에 전략적인 제품들은 동남아나 남미 같은 신흥 시장까지 포함해서 판매 시장을 넓혀 가는 시도를 이어갈 것이다. 이런 다극화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 지역과의 FTA로 시장을 누벼 왔던 한국 자동차 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중국 지리 그룹 소속의 유럽 전기차 폴스타가 자국 모델의 생산 기지로 르노 코리아를 선택한 것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좋은 예다. 갑진년 용의 해에 요동치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자동차 전문 정보 공유 플랫폼 아우토바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브런치에는 조금 늦게 공유하겠습니다.

https://autow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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