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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13. 2023

우리는 니 편 내 편이 아닌 우리 편이 필요하다.

"나 안해" 하는 장관은 보고 싶지 않다.


서울 양평 간 고속도로가 뜨거운 감자다. 양평 두물머리 놀러 가는 사람들 때문에 차 막히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돌아가는 고속도로가 뚫리고 나면 상습 정체가 많이 해소될 테니 필요한 국책 사업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다가 지난 십여 년간 양서면 방향으로 계획했던 사업이 올해 들어 갑자기 노선이 바뀌었다. 그리고 바뀐 강상면 주변에 VIP 일가의 땅이 여러 필지 있다고 하니 이권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 아니냐는 의혹은 충분히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혹 제기 이후에 일이 진행되는 양상이 이상하다. 국토부 장관은 영부인을 악마화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을 테니 전면 백지화 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조선일보는 처음에는 양평군이 먼저 원했다고 했다가 민주당이 먼저 원했다고 그러더니, 기존 안 주변에 민주당 출신 전직 군수 땅이 있다면서 민주당 게이트라고 하고 있다.

양서면 주변에는 민주당 사람들 땅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민주당이 양평군 주민 의견 반영해서 IC를 건설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건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계획된 노선을 정하는 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2020년에 귀촌하려고 땅을 산 김부겸 국무총리가 2010년부터 양서면으로 고속도로가 나는데 관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의혹의 핵심은 기존 노선이 새 노선으로 변경된 상황에서 영부인 일가가 이득을 볼 것 같은데 변경된 배경이 무엇인지 국토부가 밝히면 된다. 내가 장관이어도 (설령 누군가의 부탁이 있었거나 알아서 잘 보이려고 노선을 변경을 했더라도) 대외적으로는 떳떳한 변경한 근거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강상면 새 노선이 인구가 훨씬 많은 양평읍과 근접해 있고, 그래서 바뀐 노선이 예측 유동량도 더 많을 것 같다. 그리고 양평 군민이 요청했던 강하 IC 건설에도 유리하다. 교각이나 터널 공사 규모도 더 줄어 들어서 친환경적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예전에 비리 공무원이 그린벨트로 묶인 땅을 기준도 없이 풀어 주거나 누가 봐도 불리한 입지로 선정한 그런 경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적어도 국토부 내에서는 검토한 내용들이 있을 테니 그걸 하나씩 풀어내고 설득하면 된다.


그런데 장관은 백지화하고 보수 언론은 너네도 문제 있다고 선후가 맞지 않는 의혹을 제시하고, 대통령은 알아서 하라고 물러나 있다. 정당은 지지층을 우선시해야지만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여야 하지 않을까? 십여 년을 진행했던 사업이 장관 한 마디에 Stop 되고 자기 공약이 파기됐는데도 알아서 하라며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이 옳은 방식은 아니지 않은가?

국토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가보훈부 장관은 라디오에 나와서 백선엽 장군은 친일이 아니다 라며 장관직을 걸겠다고 하고 이승만 기념관을 다시 건립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면 최소한의 사회적인 합의는 있어야 할 텐데 막무가내이고 비정상적이다.


정부 장관들이 이렇듯 일탈을 보이는 이유는 내년도 총선 때문일 것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부에 있는 장관들이 지지층에 어필하는 무대가 펼쳐지고 있고 그 무대 위에서 정부 각 부처의 수장들이 열심히 지지층을 향해 날 좀 봐 달라고 춤을 추고 있다. 원희룡 장관이 유튜브에 나와서 일타 강사로 설명하는 영상이 떴단다. 왜 그런 설명을 유튜브에서? 바로 전에 유튜브에 강사처럼 나왔던 내용이 대선 때 이재명 대표 대장동 의혹이었다. 결국 볼 사람만 보라고, 자기 편한테 나 이렇게 잘하고 있다고 어필하는 중이다. 그것도 편 가르기 하면서 말이다.

정부와 국책 사업마저 당쟁의 안주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 밑에서 고생할 공무원들도 걱정이지만 제발 대 놓고 네 편 내 편 가르면서 그 앞에서 어필하는 모습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삶을 들여다 봐 줄 우리 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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