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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ug 24. 2023

나는 오늘 차라리 비과학적이고 싶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했다. 과학이라며 무지하게 괴담만 만들어 낸다고 비난받더라도 나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1. 오염수 방류가 문제없다는 IAEA의 보고서는 팩트일 수 있다. 아무리 독한 물질도 그렇게 희석하면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방사선은 사실 일상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요인이고, 그 넓은 바다에 희석시키면 영향이 적을 수도 있다고 본다.


2. 그런데 내가 다리가 다쳐서 필요해서 x레이 찍는 건 괜찮아도 남이 나한테 엑스선 나 모르게 찍게 하는 건 싫다. 그리고 그게 한 번이 아니라 일상에서 먹고사는 상황에서도 일어난다면 일단 불쾌할 것 같다.


3. 더군다나 이번 문제는 그리고 당장 한번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조류독감처럼 돌면 잠시 치킨 덜 시켜 먹다가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올 일이 아니다. 앞으로 30년 혹은 그 이상도 계속 영향을 받을 문제다. 그것도 30년 동안 약속한 대로 정한 비율로 희석을 제대로 하는지 모를 일이다.


4.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서 캐나다로 간다는 하태경 의원의 이야기는 말이 되지 않는다. 무슨 해류가 해저 튜브처럼 가둬 두고 거기서 풀리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흐름과 분산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방류수는 바다에 섞이자마자 마치 잉크가 퍼져 나가듯이 섞여 나갈 것이다.


5. 물 자체의 오염보다 더 우려되는 건 중금속처럼 먹이사슬을 따라 누적되는 생체오염이다. 오염된 물을 먹은 플랑크톤을 먹은 작은 물고기를 먹은 큰 물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영향이 누적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6. 이런 생체 오염은 해류와는 더군다나 상관이 없다. 그래서 일본에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의 바다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정학적 걱정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인류는 아직 이런 형태의 방사능 물질을 바다에 방출하고 그 영향을 본 적이 없다.


7. 그렇다고 일본이 국제기구의 확인을 받아서 자국 내에 활동을 결정한 것이니 우리가 반대는 할 수 있어도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일본도 독립국가이고 자국 내 어민들이 제일 큰 피해를 보겠지만 그들의 선택이다.


8. 그럼 우리는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결정을 하면 된다. 중국처럼 수산물 수입을 막으면 당장 중국 내 식당들은 골머리를 앓겠지만, 자국 어민들의 이익은 키울 수 있다. 누가 봐도 할만한 조치이니 압박을 주면서 향후 다른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로도 쓸 수 있을 거다.


9. 그런 국익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내가 불쾌하고 불안하면 내가 속한 조직은 일단 내 편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 모를 피해가 있으면 챙겨 주고 그걸 원인을 제공한 측에게 물어달라고 싸워줬으면 그나마 속이 시원할 텐데 도대체 왜 이 정부는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며 괴담이라고 하면서 수입 수산물 규제는 그대로 하겠다는 어정쩡한 입장인 걸까?


10. 일련의 과정을 보면 결국 이 정부 탄생의 배경이 되는 극우의 우선순위가 반북한 반중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대국인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편이 필요한데 전 세계에서 중국과 각을 세워 줄 나라가 미국과 일본 밖에 없다. 국경도 우리가 더 가까이 맞닿아 있으니 뒤를 잘 봐달라고 이야기하려면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되겠지...


11. 그러니 심기를 거스르게 어민들 피해를 보상한 다음에 일본에 구상권 청구하겠다는 민주당한테, 어민들이 피해 보는 건 괴담 퍼트려서 회 안 찾게 만든 민주당 탓이라고 민주당이 보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쨌든 원자로 관리를 잘 못하고 오염수를 방출하는 원인 제공자는 일본 도쿄전력 아닌가?


12.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이것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디든 일본처럼 희석으로 기준을 맞추기만 하면 방사능 유출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과연 제대로 운영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과학은 "우리는 모른다"를 인정하는 것이다. 걱정하면 비과학적이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무조건 안전하다는 그들이 나는 더 비과학적으로 보인다. 30년 동안 과연 오염수는 정말 빈틈없이 규칙을 지키면서 방류될 런지.. 어떤 영향이 있는지 그때는 알게 될까? 그때 오늘 돌아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감당할 수 없는 미래 앞에서 나는 오늘 차라리 비과학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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